20대, 2021년 재보선 때 1987년 이후 최초로 보수 후보 지지
‘조국 사태’ 이후 20대 민주당 지지 이탈 가속화
‘미중 균형 외교’보다 ‘한미동맹 강화’ 선호하는 20대
이재명 대통령이 7월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 결과는 당시 집권하고 있던 문재인 정부 심판과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야당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세부 결과에서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18·19세 포함)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후보를 대거 선택한 것. 민주적 선거제도가 정착한 1987년 이후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20대의 보수정당 선택은 그 이전부터 조금씩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반발했다. 단일팀 구성으로 올림픽 출전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해 온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정치적 이유로 박탈돼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2019년엔 암호화폐 폭락으로 큰 피해를 본 20대가 상당했고, 2019년 전후로는 폭등하기 시작한 아파트값에 박탈감을 느낀 20대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키웠다. 특히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시작된 ‘조국 사태’로 인해 20대의 민주당 지지 이탈은 가속화했다.
이런 갈등이 누적되면서 20대의 보수 대선후보 또는 정당 지지가 지속됐다. 지금도 20대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 정서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 내용은 리얼미터·전국지표조사·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0대, 李 대통령 최대 반대 세력으로 등장
20대는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70세 이상(70대)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거부 정서가 가장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20대가 70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대가 이 대통령의 최대 반대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8월 1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3.5%인 데 비해 부정은 48.2%에 달했다(그래프 1). 70대에선 긍·부정이 45.3%로 같았다. 전체론 긍정 56.5%, 부정 38.2%이다(그래프 2). ‘광복절 조국·윤미향 사면’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 대통령 긍정 평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20대에선 1주 전에 비해서 부정 평가가 역전해 긍정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7월 1주에도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취임 한 달 기자회견 등 국민 소통 행보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2.1%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20대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긍정 47.0%, 부정 46.3%로 관망세를 보였다. 김민석 총리 임명, SKT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7월 2주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64.6%까지 치솟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지금까지도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대가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 긍정 평가 53.8%, 부정 37.6%로 나타나 긍·부정 격차가 최대치를 경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7월 10일) 등 특검 수사가 활기를 보이던 시기다. 20대에서 긍정 평가가 높아진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실제 지지율 상승이라기보다는 강도 높은 야권 수사가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인 20대 남자의 여론조사 응답을 위축시켰을 개연성이 있다.
20대, 국민의힘+개혁신당 > 민주당+혁신당
7월 3주엔 상승세를 타고 있던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가 처음으로 하락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주요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이 심화했고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급증했다. 20대에서도 긍정 평가 50.4%, 부정 45.2% 등으로 여론이 악화했다. 7월 4주에도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의 하락이 지속했다. 이 대통령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방침을 밝혔지만,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강 후보자는 7월 23일 스스로 물러났다. 20대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긍정 평가(47.8%)와 부정(46.1%)이 거의 같아졌다.20대의 정당 지지율 역시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체 정당 지지율에선 민주당이 2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국민의힘에 앞서 있다(그래프 4). 그러나 20대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접전인 경우도 많고 양당의 격차도 10%포인트 안팎으로 크지 않다(그래프 3). 또 비슷한 이념 성향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율의 합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합을 비교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8월 1주 민주당은 48.4%로 국민의힘(30.4%)보다 18%포인트나 높다. 20대에선 민주당 37.7%로 국민의힘(27.7%)과 격차가 10%포인트로 줄어든다. 따라서 20대의 민주당+조국혁신당(2.1%)의 합은 39.8%이다. 반면 국민의힘+개혁신당(13.0%)의 합은 40.7%로 미세한 차이로 역전하게 된다.
20대 정부·여당 비판적, 남녀 모두 보수성향 증가 때문
20대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유난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20대의 세대 특성,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정체성, 국정 기조와 관련이 있다. 정치 성향은 정당 지지율에 비해 좀 더 솔직하다. 여론조사에서 면접원이 정당 지지율을 물어보면 실제 생각과 다르게 답변하기도 한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이를 때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무당층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나쁜 여론이 형성돼 있으면 지지하는 정당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답변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 싫은 사람도 있고, 장난처럼 답변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정치 성향에 대한 질문은 정당 지지도에 비해 정직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정당 지지도와 다르게 주변을 덜 의식하면서 편안하게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은 이념 성향으로 봐도 무난하다. 한국갤럽은 매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합해 매월 ‘주관적 정치 성향’을 발표하고 있다.
20대 남성은 2017∼2019년을 중심으로 보수가 늘고 진보가 줄었다. 2019년 25%이던 보수는 올해 1월엔 40%까지 급증했다. 이에 비해 2017년 36%이던 진보는 올해 7월엔 14%까지 급감했다(표 1).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 추이는 세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보수 우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7월 보수가 줄어든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진보는 되레 14%로 줄어들었고, 중도가 51%로 상승했다. 이는 보수가 잠시 중도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중도가 점차 늘어나 50% 안팎을 오가고 있다. 중도는 보수나 진보에 비해 자유로운 사람들인데 탈정치 성격도 지닌다. 셋째, 정치 성향은 종종 정당 지지율 선행지표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서 20대 남성의 이 대통령 부정 평가와 보수정당(국민의힘+개혁신당) 지지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20대, 한미 관계와 경제정책에 반기 들 가능성↑
20대의 관심이 큰 분야가 바로 외교관계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을 눈여겨본다. 이 중에서도 한미 관계는 20대에게 가장 예민한 사안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이 다 돼가지만 아직 외교정책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20대의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20대는 ‘미중 균형 외교’보다는 ‘한미동맹 강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전체론 ‘미중 균형 외교’가 51%로 ‘한미동맹 강화’의 42%보다 상당히 높았다(그래프 5). 그러나 20대에선 ‘한미동맹 강화’가 62%, ‘미중 균형 외교’가 26%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20대의 한미동맹 선호는 70대보다도 높았다.20대는 이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지금 정부·여당은 법인세율을 최대 24→ 25%로 인상하고,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10억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체 기준으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1%로 ‘반대한다’(31%)보다 20%포인트 더 높았다(그래프 6). 그러나 20대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찬성한다’는 응답이 34%로 ‘반대한다’(36%)보다 낮았다. 20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인식 70대(찬성 46%, 반대 30%)를 비롯해 모든 연령에서 가장 비판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