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국민 불안 증폭, 중도층 견제 심리 발동시켰다”

[신율의 정치혁파] 지방선거 예상 결과, 민주당 지지율과 다른 이유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2025-10-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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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당 지지율 민주당 45% vs 국민의힘 28%

    • 지방선거 여당 후보 44% vs 야당 후보 39%

    • 조희대·이진숙 압박, 검찰청 先폐지에 불안

    • 정권 초 ‘견제 심리’ 발동은 특이한 현상

    • 체제 안정 중시하는 중도층, 여당에 등 돌려

    • 검찰청 폐지에 온 국민 환호? 자기중심적 상황 해석

    • 정치가 사라진 세상에서 의원은 ‘월급 루팡’ 불과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2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조사가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정당 지지율과 2026 지방선거에 대한 여론이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 데 있다. 한국갤럽이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5%, 국민의힘 28%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야당 후보 중에 어느 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정당 지지율과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9%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지역별 분석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서울의 경우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여당 후보 선호 응답 42%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러한 야당 후보 선호 현상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과 다른 지방선거 전망 조사

    특히 주목할 점은 여당인 민주당이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여당 후보 선호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을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민주당 선호가 압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충청 지역의 결과도 특이하다. 충청에서는 여당 선호가 야당 선호보다 오차범위를 벗어나 절대적으로 우세한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기존의 선거 공식에서 다소 벗어난 양상이다. 과거 선거 사례를 보면 서울을 장악한 정당이 충남 지역에서도 우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조사가 충남·충북 및 세종시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어쨌든 특이한 현상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지방선거 관련 결과와 정당 지지율을 비교해 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 상당수가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도 야당이므로 이들 정당 지지 세력이 야당 선호 응답을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해당 정당들의 ‘세력’을 과대평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 유권자들은 이들 정당을 야당이라기보다는 여당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들 정당의 지지율은 조국혁신당 3%, 진보당 1%에 불과했다. 즉 국민의힘도 지지하지 않지만, 현재의 행태를 볼 때 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중도층이 많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

    정권 출범 120여 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이러한 중도층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그리고 대통령실의 입장이 서로 상이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현상 역시 특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이 외국 순방, 특히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외교적 호재가 있어도, 정청래 대표나 추미애 위원장은 이러한 호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호재가 있을 경우, 여당은 뒤로 물러나 대통령이 주목받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같은 사안을 ‘만들어’ 오히려 대통령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정말 ‘특이한 현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정권 말기라면 상황은 다르다. 정권 말기에는 대선을 노리는 여당 내 후보들이 현직 대통령을 밟고 올라가려는 현상을 우리는 드물지 않게 목격해 왔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현상이 정권 초반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것이 ‘특이한 현상’이라는 것은 대통령실의 최근 인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임명에 주목하지만, 필자는 김남준 대변인의 임명에 주목한다. 김남준 대변인과 같은 대통령 복심의 등장은, 대통령 역시 친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지금의 일들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현상이 내포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동이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하고 국정감사에서까지 조 대법원장을 추궁하는 모습을 중도층은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추궁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조 대법원장이 파기 환송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사안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파기 환송의 의도가 무엇이냐 하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파기 환송했다는 ‘사실’에 관한 부분이다. 전자의 경우, 즉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은 정치적 해석의 영역이다. 그러나 파기 환송을 했다는 실체적 판결에 관한 부분은 사법적 판단의 영역이다. 사법적 판단의 영역을 입법부가 나서 문제 삼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다. 반면 의도가 무엇이냐 하는 부분을 따지는 것은 정치적 영역이기에 가능은 하지만, 그 ‘진실’을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을 인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민주당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합’하며 무조건 조 대법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이 무죄임에도 파기 환송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단지 2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왜 파기 환송했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무시하는 셈이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엄연히 3심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2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왜 3심에서 파기 환송했느냐고 주장하는 것은, 3심이 2심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 되고, 그렇다면 굳이 3심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한민국의 체제 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중도층이 여당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조희대 청문회를 민주당이 주장하고 추진한 이유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청문회에 출석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 중론이었음에도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를 강행했다. 더구나 당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 전체가 불안해하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런 아무런 성과도 없는 청문회를 강행한 것은 여당 본연의 의무를 제대로 다했는지 의심케 한다. 이러한 행태를 보이니 중도층이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월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택 인근에서 체포됐는데, 이 전 위원장의 체포 역시 보는 이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법리적으로는 체포 요건을 갖췄다고는 하나, 이 전 위원장이 수갑을 차고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은 일반 국민, 특히 중도층에게는 ‘이게 뭐지?’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기적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이 통과되자마자 체포된 것이고, 수갑까지 채웠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에게 정치 보복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도층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부분은 또 있다. 여당은 검찰청 폐지법을 강행했는데, 특이한 것은 이 법이 통과된 이후 약 1년 후에 폐지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고칠 것은 고치겠다는 것인데, 일단 법을 만들어놓고 보자는 발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도층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안정’인데, 현재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일단 없애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식 사고(思考)’의 ‘끝판왕’

    국민의 이러한 불안감을 막연한 불안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검찰은 기소만 하고 수사는 경찰이 하게 됐을 경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수사를 요구해 억울함을 풀 기회가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소와 수사가 분리될 경우, 기소하는 측이 수사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소 혹은 불기소가 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청 폐지를 온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는 식의 민주당 주장은 ‘자기중심적 상황 해석’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보자’는 행태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이 그것인데, 해당 법안은 고발 주체를 놓고 수정에 재수정을 거듭했다. 한마디로 충분한 고민 없이 날림으로 법을 만들어 일단 통과시키자는 식의 ‘민주당식 사고(思考)’의 ‘끝판왕’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식의 행동을 하고도 국민이 ‘안정’적 국정 운영이라고 여겨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당한 착각이다.

    중도층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만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현재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면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수도권은 중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과 정부 그리고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관련 2030세대의 불만이 매우 크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당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는 데 반해, 정작 민생은 돌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2030세대가 갖고 있다면 이들의 불만은 곧 정권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현재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보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민의힘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심리가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 보면 이는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대안 정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안정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과거 황교안 대표 시절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장외투쟁을 하고, 강성 보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다시 부상해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처럼 강경 보수세력과 손잡고 장외 집회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중도층과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었던 이준석 대표 체제 덕분이었다는 것을 현 지도부는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당내에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친한계(親韓系·친한동훈계)를 향해서는 ‘패널 인증제’를 실시하겠다며 방송 출연을 막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당원 게시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나마 효과적이고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여 공세를 친한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에 대한 공격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양당 모두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합리성과 이성, 그리고 이성적 프로세스인 정치를 다시금 복원하는 일이다. 정치가 사라진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은 ‘월급 루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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