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LA 다저스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화두는 ‘레스트(rest·휴식) 대 러스트(rust·녹이 슨)’다.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은 완벽하게 회복했지만 그만큼 경기 감각에는 녹이 슬지 않았겠느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를 4연승으로 통과하고 월드시리즈(WS)에 선착했다. 지난 18일 NLCS 4차전 승리 이후 무려 6일을 쉬고 25일 토론토에서 열리는 WS 1차전에 나선다. 반면 다저스를 상대하는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시애틀과 7차전 혈투를 치렀다.
푹 쉰 팀과 지친 팀이 맞붙을 때 유리한 쪽은 당연히 푹 쉰 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난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챔피언십시리즈 ‘4연승 팀’과 ‘7차전 접전 팀’이 WS에서 맞붙은 건 모두 4차례였다. 4번 모두 7차전 접전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2년 월드시리즈다. 뉴욕 양키스를 4연승으로 물리친 디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를 4승 3패로 힘겹게 꺾은 샌프란시스코가 맞붙었다. 전문가들은 디트로이트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다. ESPN은 패널 7명 전원이, CBS스포츠는 6명 중 5명이 디트로이트 우승을 전망했다. 결과는 샌프란시스코의 4승 무패 압승이었다. MLB닷컴은 2012년을 포함한 지난 4차례 사례를 언급하며 “그저 통계적 우연일 수 있다. WS 승패에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면서도 “다저스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자료”라고 전했다.
토론토 조지 스프링어. 게티이미지
이번 WS는 악연으로 얽힌 두 팀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다저스도 토론토도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다. 토론토는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쟁탈전에서 잇달아 다저스에 밀렸다. 2023년 오타니 영입 경쟁은 특히 상처가 컸다. 토론토는 FA 신분이던 오타니의 최유력 행선지로 꼽혔다. 그해 12월 오타니는 계약 논의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토론토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방문했다. 토론토는 구단주부터 단장, 감독까지 수뇌부가 총출동해 지극정성으로 오타니를 맞았다. 오타니가 좋아하는 소품들로 회의장을 꽉 채웠다. 심지어 오타니의 반려견을 위해 구단 로고가 들어간 점퍼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오타니의 선택은 토론토가 아닌 다저스였다. 지난해 토론토 팬들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토론토 원정경기에 나선 오타니를 격한 야유로 맞이했다.
다저스 역시 토론토를 좋아하지 않는다. 2021년 토론토에 입단한 조지 스프링어 때문이다. 다저스는 2017년 WS에서 휴스턴에 패했다. 당시 휴스턴 중심타자였던 스프링어는 홈런만 5방을 때려내며 WS MVP를 차지했다. 이후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터졌다. 스프링어는 사인 훔치기의 주동자 가운데 1명으로 밝혀졌다. 그런 스프링어를 향한 다저스의 적대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토론토 지역지 토론토선은 스프링어를 두고 “토론토의 영웅이자 LA의 악당”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