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문동주가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 말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포효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2경기 무실점 1승1홀드 완벽투
161.6㎞…개인 최고구속 경신도
1차전보다 몸 무거웠던 3차전
절대 지지 않겠단 생각 갖고
속도보다 제구 집중하며 던져
중요한 경기서 제몫 해내 기뻐
‘불펜 투수’ 문동주(22·한화)가 플레이오프를 지배했다. 강속구를 무기로 정규시즌 11승(5패)을 쌓은 ‘선발 투수’ 문동주는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라 훨씬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며 1승 1홀드를 올렸다.
정규시즌 막바지였던 지난 9월20일 KT전에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문동주를 불펜으로 기용했다. 당시 문동주는 3이닝 동안 전력투구를 해 개인 최고 구속 161.4㎞를 찍었다. 상대 타자였던 KT 안현민은 “죽일 것처럼 던지더라. 무서웠다”고 했다.
불펜으로서 위력이 배가된다는 점이 확인된 문동주는 플레이오프에서 팀이 승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 등판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 7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당시 최고 구속이 시속 161.6㎞, 개인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올해 KBO리그 최고 구속이다.
21일 시리즈 1승1패로 대구 원정을 간 3차전, 한화는 5-4로 역전한 상황에서 문동주 카드를 재차 꺼내 들었다. 6회 무사 주자 1루 등판한 문동주는 9회까지 총 4이닝 58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7㎞. 1차전만큼의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변화구 27개를 뿌리며 뜨거웠던 삼성 타선을 차갑게 식혔다. 한화는 6회부터 이어진 5-4 스코어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3차전을 마치고 만난 문동주는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주자가 있을 때 올라가니 조금 더 긴장됐던 것 같다”며 “1차전 때는 몸이 정말 가벼웠는데 3차전에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구속을 신경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변화구, 제구 등 다른 부분에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문동주가 2이닝을 던진 뒤 투구를 이어갈지 의사를 물었고 문동주는 자신 있다고 답했다. 문동주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무난하게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엄청 힘들지는 않게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끝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두 번째 이닝인 7회 선두 타자 박병호에게 안타를 맞고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줘 2사 2·3루 역전 위기까지 갔지만 홈런 타자 르윈 디아즈를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을 막았다. 문동주는 승리투수가 됐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경기를 마치고 “이닝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았다. 세리머니도 컸고 기세로 밀고 나가더라”며 “솔직히 1점 차 리드는 정말 힘들다. 누상에 주자를 모으면 끝이기 때문에 문동주에게 ‘그냥 1점만 줘라. 동점으로 가는 게 더 편하다. 주자를 모으면 큰 것 한 방을 맞으면 끝난다. 편하게 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잘 던졌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