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구단들, ‘도박 광고 금지’ 우회 ‘숨은 스폰서’ 활용 논란, 아시아 불법 베팅업체와 비공개 협력

입력 : 2025.10.19 10:16
  • 글자크기 설정
2023-24시즌 Stake.com 로고가 새겨진 에버턴 선수 유니폼. Stake.com은 2017년 설립된 온라인 베팅 및 카지노 업체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크립토 베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는 규제가 느슨한 퀴라소(Curacao)에 등록돼 있으며,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베팅과 카지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2-23시즌부터 에버턴 메인 셔츠 스폰서로 활동했지만, 2025-26시즌부터 시행되는 프리미어리그의 도박 광고 금지 정책에 따라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

2023-24시즌 Stake.com 로고가 새겨진 에버턴 선수 유니폼. Stake.com은 2017년 설립된 온라인 베팅 및 카지노 업체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크립토 베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는 규제가 느슨한 퀴라소(Curacao)에 등록돼 있으며,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베팅과 카지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2-23시즌부터 에버턴 메인 셔츠 스폰서로 활동했지만, 2025-26시즌부터 시행되는 프리미어리그의 도박 광고 금지 정책에 따라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

다음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도박 광고’가 유니폼 전면에서 사라질 예정이지만, 일부 구단들이 이를 우회하기 위해 ‘숨은 파트너’ 방식으로 아시아계 불법 베팅업체들과 비밀리에 계약을 맺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7일 “첼시, 아스톤빌라, 리즈, 노팅엄포리스트, 선덜랜드 등이 영국 내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아시아 시장 대상 불법 베팅 사이트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PL은 오는 2026년부터 유니폼 전면에 도박업체 광고를 금지한다. 현재 11개 구단이 도박 관련 기업을 메인 스폰서로 두고 있어, 이는 구단 수익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부회장 카렌 브래디는 “도박업체는 일반 스폰서보다 평균 40%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한다”며 “이 규제로 인해 일부 구단은 상업 수익의 20%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구단은 베팅 브랜드와 관계를 끊지 않고 형식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LED 전광판, 소매 광고, 아시아 시장 전용 온라인 홍보 계약 등을 활용해 사실상 도박업체와의 협력을 지속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 중 다수가 영국도박위원회(GBGC) 허가를 받지 않은, 이른바 ‘아시아 페이싱(Asian-facing)’ 불법 베팅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이 업체들은 과거 ‘화이트라벨’ 제도를 이용해 특정 중개사를 통해 합법처럼 보이게 영국 내 도메인을 등록했지만 사실 불법이다. 첼시·노팅엄포리스트·리즈·선덜랜드·아스톤빌라 등 일부 구단은 지오블록(지역별 노출 제한) 기능을 적용해 “영국 내 이용자는 접근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여전히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영국도박위원회는 지난 5월 EPL 구단들에 서한을 보내 “도박 면허가 없는 업체와의 거래는 자금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관련 리스크를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첼시·리즈·노팅엄포리스트·선덜랜드는 이번 시즌 홈경기 전광판에 ‘8XBet’ 로고를 반복 노출하고 있다. 첼시만이 자사 홈페이지에 이 파트너십을 일부 공개했을 뿐, 나머지 구단은 이를 명시하지 않았다. 아스톤빌라는 말레이시아 불법 온라인 카지노로 알려진 ‘Nova88’을 “아시아 공식 베팅 파트너”로 발표했지만, 구단 공식 웹사이트에는 파트너 목록에서 해당 이름을 삭제했다. 첼시는 또 다른 업체인 ‘Kaiyun’과도 협력하고 있으나, 이는 아시아 지역 IP로 접속했을 때만 보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지역별 노출 제한’ 방식은 영국 내 팬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중국·동남아 시장에서는 경기 중계와 함께 노출되는 구조로, 현지 불법 도박 시장의 홍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가디언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아시아경마연맹(ARF)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이들 불법 베팅 플랫폼은 종종 사이버 노예·인신매매·온라인 금융사기와 연결돼 있다”며 “EPL 구단들이 이런 업체와 관계를 맺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이미 2021년부터 도박 광고를 전면 금지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디언은 “라리가 거의 모든 구단이 여전히 아시아 불법 베팅 기업들과 숨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며 “레알 마드리드는 ‘Kaiyun’,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Leyu’와 ‘K8’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즉, 프리미어리그도 스페인에서 이미 시작된 ‘보이지 않는 도박 스폰서 시대’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도박광고 금지 조치는 팬 보호와 청소년 노출 방지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상업적 손실을 우려한 구단들이 ‘편법’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클럽들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불법 시장과의 관계를 감추려는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라며 “EPL은 도박 광고를 겉으로는 금지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도박산업의 자본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