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감독은 첫 연승에 왜 질타를 쏟아냈을까?

입력 : 2025.10.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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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 | KBL 제공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 | KBL 제공

올해 울산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첫 연승을 내달린 초보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에 한 줄기 아쉬움이 담겼다.

자신이 준비했던 농구가 코트에 잘 구현돼 승리까지 얻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완벽한 가드였던 양동근의 눈 높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SK와 원정 경기에서 78-75로 승리한 뒤 “하마터면 오늘 경기도 (1점차로 패배한) KT전처럼 망칠 뻔 했지만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3승3패를 기록해 6위로 올라섰다.

양 감독이 부임한 뒤 한층 강해진 3점슛(12개)의 힘을 짐작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벤치가 익숙했던 정준원이 3점슛 4개를 포함해 22점을 쏟아내면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나 양 감독은 정준원에 대한 칭찬보다는 충격 요법을 선택했다.

양 감독은 “22점을 넣은 것은 그 타이밍에 (슛을) 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면서 “(득점을 많이 한 것보다) 우리가 (준비한) 움직임을 몇 번 놓친 게 신경이 쓰인다. 정준원은 비시즌부터 그 부분을 강조해 훈련했는데 아직도 못한다. 슛은 안 들어가도 되지만 그 움직임을 가져가야 다른 선수도 움직일 수 있다. 훈련을 해도 안 된다”고 짚었다.

양 감독의 독한 지적에선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서명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명진은 경기 종료 4.6초를 남기고 상대 실수로 얻어낸 득점 장면에서 레이업으로 득점해 78-75로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양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양 감독은 “우리가 1점을 앞서고 있었다. 시간이 남아있었다. (득점을 하는 것보다) 시간을 벌어서 투샷 파울을 얻는 게 더 나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상대가 더 불안할 텐데 그 판단을 못 했다. 경험의 문제보다는 정신줄을 놓은 것이다. 그 판단을 하는 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양 감독의 질타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현대모비스가 경기를 잘 풀어가다 후반에 집중력 저하로 무너지는 게 이런 충격 요법이 나온 원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명진은 “저에게 약이 되는 소리다. 한국가스공사전에서도 후반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혼이 났다. 후반에 점수가 벌어지면 자신감인지 자만인지 풀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원 역시 “지난주에도 긴장하라는 말씀을 해주셔 선수들이 오늘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충격 요법이 (효과가) 있었다. 후반에 안일한 플레이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걸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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