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에는 치와와·비글·리트리버가 있었다

입력 : 2020.05.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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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에서 구조된 한 치와와가 케이지로 옮겨져 구조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개농장에서 구조된 한 치와와가 케이지로 옮겨져 구조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개농장’에는 반려견이 있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7일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한 개 농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였다. 철창 안 삶을 살던 약 70여 마리의 개들은 케이지로 하나 둘씩 옮겨졌다. HSI는 2015년부터 국내 식용견 농장 폐쇄와 농장주 자립을 위해 ‘식용견 농장 폐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홍성 농장 폐쇄는 16번째로 진행된 구조 작업이다.

홍성 개 농장 속 개들이 갇힌 곳은 동물 학대의 상징인 ‘뜬장’은 아니었다.

다만 철장 안에 갇힌 개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철장 안에서 활동가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반겼던 개들은 실험견의 대명사 비글부터 반려견으로 가장 인가 많은 종 중 하나인 치와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돗개, 썰매견으로 유명한 시베리안 허스키, 몸매가 다부진 보스턴 테리어, 고가의 견종으로 알려진 차우차우까지 마치 ‘펫샵’을 연상시켰다. 천사견으로 사랑을 받는 골든 리트리버와 레브라도 리트리버도 활동가들을 보자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도사견이라고 해서 이빨을 드러냈던 건 아니다. 도사견 역시 다른 여느 개와 마찬가지로 활동가의 품에 안겨 온순하게 옮겨졌다.

HSI가 이날 개농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가운데 철장 안에 갇힌 시베리안 허스키(위부터), 레브라도 리트리버, 비글, 도사견 등이 케이지로 옮겨지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HSI가 이날 개농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가운데 철장 안에 갇힌 시베리안 허스키(위부터), 레브라도 리트리버, 비글, 도사견 등이 케이지로 옮겨지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반려견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종들은 농장주가 직접 구입한 종도 있지만 유기견 출신도 많았다. 누군가의 반려견 역시 버림받은 뒤 개농장으로 오는 루트는 흔한 형태다.

이번 구조가 진행된 농장은 식용뿐 아니라 번식을 위해 기르던 개들도 포함된 덕이다. SBS ‘동물농장’에서 공장식 개농장의 잔혹성 고발돼 동물보호법 강화까지 이어졌지만 음지에서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다. HSI에 따르면 이 곳에서 사육되던 개들은 도축장과 지역 시장 등으로 팔려나갔다. 식용 목적과 번식 목적의 개들의 최후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농장주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개를 좋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개농장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농장주는 “정이 들었다”며 하나둘씩 케이지로 옮겨가는 개들을 바라보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차우차우를 비롯한 흔히 볼 수 없는 개들도 있었다. 농장주는 떠나는 개들을 보며 내심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차우차우를 비롯한 흔히 볼 수 없는 개들도 있었다. 농장주는 떠나는 개들을 보며 내심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구조된 개들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으로 옮겨져 새 가족을 기다린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장 출국길이 막혀 국내 임시 위탁처에 잠시 머문다.

김나라 HSI 코리아 매니저는 “이번 농장 개들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아직 수백만 마리의 개들이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며 “개농장 산업이 종식되기 전까지 더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정부 또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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