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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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를 머리에 둘둘 감아 턱 밑에서 매듭짓는, 딱 ‘할머니 스타일’이라 불리던 그 모습이 요즘 다시 거리를 점령했다. 이름부터 정겹다. ‘바부슈카(Babushka)’. 러시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이 말은 지금, ‘힙한 매력’의 상징이 됐다.

환절기에 이만한 아이템도 없다. 최근 미국의 인기 모델 켄달 제너가 착용해 화제를 모았고, 블랙핑크 제니까지 선택하자 SNS가 들썩였다. “우리가 (착용)하면 할머니지만, 이들이 하면 패션”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단순한 천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으로 분위기가 싹 바뀐다. 클래식하면서도 자유로운 감성, 그게 바로 바부슈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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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부슈카는 새로 생긴 트렌드가 아니다. 과거 러시아와 유럽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보호하거나 방한용으로 쓰던 스카프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이 오래된 스타일을 자기식으로 재해석했다. 실크 스카프는 고급스럽게, 니트나 체크무늬는 빈티지하게, 여기에 선글라스를 더하면 순식간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변신한다.

패션 전문가들은 바부슈카의 인기에 대해 “감성의 회귀”로 정의한다. 이보람 스타일리스트는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즐기기 위한 패션의 시대”라면서 “바부슈카는 오히려 촌스럽고 힙해서 인기다. 바라클라바나 헤드스카프처럼 보이지만, 턱 아래에서 매듭을 묶어 레트로한 무드를 살리면서 따뜻함까지 챙길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바부슈카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다. 굳이 꾸미지 않아도 된다. 머리에 스카프 하나 두르고 매듭을 묶는 순간, 누구나 클래식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추위를 막고, 머리를 가리고, 동시에 멋을 낸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