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배관엔 흑염소털…제주 불법 도축업자 구속

입력 2025.10.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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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무허가로 흑염소를 불법 도축하고 이를 '흑염소즙'으로 가공해 판매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강원 운영자 60대 남성 A 씨와 B 씨, 농장주 60대 여성 C 씨 등 모두 3명을 구속하고 3명은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수사 결과 구속된 피의자 A 씨와 B 씨는 가축 도축업 허가 없이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건강원을 공동 운영하며, 202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대 외국인 남성 D 씨를 고용해 흑염소 500여 마리를 불법 도축하고, 이를 흑염소즙으로 가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공해 유통한 물량은 1천800상자 분량으로, 1상자당 흑염소즙 100여 봉지가 들어있었다고 자치경찰은 밝혔습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적발된 무허가 흑염소 도축 시설. 인적이 드문 지역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수년간 불법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제주도 자치경찰단에 적발된 무허가 흑염소 도축 시설. 인적이 드문 지역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수년간 불법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 흑염소 수백 마리 도축·가공 의뢰…'흑염소즙' 판매

구속된 피의자 60대 여성 C 씨는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사육한 흑염소 340여 마리를 A와 B 씨에게 맡겨 도축·가공을 의뢰하고, 이렇게 만든 흑염소즙 1천500 상자를 상자당 60만 원에 판매한 혐의입니다.

또 다른 피의자 60대 남성 E 씨와 F 씨도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접 기른 흑염소 160여 마리를 A와 B 씨에게 도축해 줄 것을 의뢰해, 흑염소즙 300여 상자로 가공해 판매한 혐의를 받습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피의자 A, B, C가 판매한 흑염소즙 1천500여 상자에는 식품 내용량, 원재료명 등 법적 표시 사항이 전혀 없어, 식품의 표시 방법 또한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 녹슨 도살 장비, 흑염소털로 막힌 배관…잔인한 도축까지

이 같은 불법 도축이 위험한 이유는 위생 상태가 불량하거나, 질병에 걸린 동물이 유통돼 식중독이나 감염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염된 환경에서 도축될 경우, 동물 질병이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도 큽니다.

적발된 불법 도축 시설에서 발견된 녹슨 도살 장비(왼쪽)와 흑염소털 등으로 꽉 막힌 배관.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적발된 불법 도축 시설에서 발견된 녹슨 도살 장비(왼쪽)와 흑염소털 등으로 꽉 막힌 배관.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불법 도축 작업장은 녹슨 도살 장비와 함께 흑염소 털과 각종 불순물이 배관을 막고 있는 등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라며 "도살 방법도 전기충격기를 흑염소 입에 넣어 죽이는 등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이뤄졌으며, 기력이 없거나 병든 것으로 보이는 개체를 골라 질병 검사 없이 우선 도축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피의자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약 1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불법 수익에 대한 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무허가 가축 도축업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식품 표시 위반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수천 제주도 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무허가 도축 가축은 질병 검사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가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도민 건강과 보건 증진을 위해 부정 축산물 유통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법 도축된 흑염소로 제조된 흑염소즙(엑기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불법 도축된 흑염소로 제조된 흑염소즙(엑기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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