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에 갇혔어요”…대다수는 2030 남성? [범죄단지 재추적]⑤
입력 2025.10.21 (14:54)
수정 2025.10.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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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지난해 8월과 10월, 중국인이 한국인을 납치해 고문 ·감금 후 돈을 뜯어내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20대 한국인 대학생 한 명이 현지 범죄단지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더 악랄해진 실태, 연속 보도합니다.

지난 토요일(18일), 캄보디아에 구금됐던 64명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범죄단지를 탈출하거나 현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뒤 이민 당국에서 추방 절차를 기다리던 이들이었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대부분 청년층으로 보였습니다.
범죄단지의 한국인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KBS는 국회 외통위 소속 이재강 의원실(민주당)을 통해, 캄보디아 현지 피해 신고 5년 치를 성별·연령별로 분석한 통계를 입수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접수된 우리 국민 취업사기·감금 신고 사례 527명 중 387명이 20~30대였습니다. 전체의 68%입니다.
취업이 어렵고 생활고를 겪는 청년층이 현지 범죄조직의 주 타깃임이 통계로도 드러난 셈입니다.

다만 40대도 17%를 차지했고, 60대 이상도 10명 있었습니다.
실제로 현지에서 탈출한 한국인들의 신상 정보를 무단 공유하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단체 대화방에는, 2030세대뿐 아니라 1960년대생 한국인 중년 남녀의 여권 사진 역시 올라와 있었습니다.
납치 신고 사례 90%는 남성(513명)이었고, 여성은 58명이었습니다.
■ 피해 신고 2년 새 급증…행안부, 대사관 경찰 증원 요청 '거절'
2022년 1건이었던 피해 신고는 2023년 17건으로, 2024년엔 22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8월까지만 330건이 접수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주캄보디아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주재관 1명과 별도 정원으로 배치된 임시 파견 협력관 2명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안전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 달라는 외교부 요청을 2년 연속 거절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경찰을 캄보디아 수사당국에 직접 파견해 한인 사건 처리를 전담하게 하는 '코리안 데스크'는 캄보디아 측 비협조로 여전히 설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탈출해서 대사관 갔더니 '업무 끝났다'"
소수 인원이 폭증하는 신고를 처리하다 보니, 영사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다는 증언이 많았습니다.
대사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례는 KBS에도 다수 접수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캄보디아에서 직접 만난 김 모 씨는 죽을 각오로 범죄단지를 탈출해 밤새 대사관으로 달려갔지만, 오후 3시 반이 지나자 경비 직원에게 '업무가 종료됐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도 한 탈출 피해자가 대사관을 찾았지만 업무 시간이 아니라며 진입이 거절된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실태 관리도 원활치 않았습니다.
이재강 의원실을 통해 범죄단지 구출 후 현지 이민청에 구금돼 추방 절차를 기다리는 국민들에 대한 통계 관리 여부를 외교부에 물었습니다.
캄보디아 대사관은 처음엔 통계가 없으니 외교부 본부에 문의하라 했지만, 본부에서는 다시 대사관에 물어보라고 했고, 결국 대사관에서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민주당 이재강 의원은 "2023년부터 범죄가 이렇게 구조화되어 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 정부는 캄보디아 대사관에 해외 파견 경찰관을 별도 정원으로 1명만 배치하는 등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캄보디아 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더욱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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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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