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했으면”…배달 앱 ‘출혈경쟁’에 등 터지는 사장님들 [배달앱]②

입력 2025.10.19 (07:04) 수정 2025.10.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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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플랫폼 입점 업주
"두 거대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드는 프로모션 같은 거 제발 그만 좀 하라고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장사를 해야 하나 회의를 느껴요."

배달 앱 시장의 출혈경쟁이 나날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승자는 '무료 배달' 승부수를 던진 쿠팡이츠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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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웃을수록…입점 업주들 '볼멘소리'

하지만, 무료 배달을 둘러싸고 소비자·플랫폼과 입점 업주가 받아들이는 현실은 달랐습니다.

기존 소비자와 입점 업주가 반씩 나눠 내던 배달비를 소비자가 내지 않게 됐으니, 입점 업주 부담이 커졌다는 게 사장님들의 목소리입니다.

여기서 물음표가 생깁니다. 입점 업주들의 부담은 왜 커졌을까?

배달 앱 플랫폼들은 무료 배달에 대해 "라이더에게 지급하던 배달비 가운데 소비자 몫을 플랫폼이 대신 내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만 본다면, 무료 배달이 도입됐다고 해서 업주들이 볼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플랫폼들의 지갑만 얇아진다면 더 얇아지겠죠.

실제로 무료 배달이 시행된 지난해 배달 라이더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전년 대비 배민은 90.8%, 쿠팡 137.5% 증가했다고 각각 밝혔습니다.


■ 'OD' 비중 키운 무료 배달

배달 앱 플랫폼 사업 모델은 '가게 배달(MP)'과 '자체 배달(OD)'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가게 배달은 배달 앱 플랫폼이 입점 업주와 소비자의 주문만 중개하는 모델이고, 자체 배달은 플랫폼이 배달까지 중개하는 모델입니다.

배민은 가게 배달과 자체 배달 두 모델을 모두 운영, 쿠팡은 오직 자체 배달만 선보이던 플랫폼입니다.

입점 업주들의 입장에선 가게 배달이 더 많은 수익을 남기기 좋은 모델입니다.

사장님만 더 고생한다면, 배달 앱 플랫폼이나 배달 대행사로부터 값비싼 배달비를 내지 않고도 직접 배달에 나서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료 배달은 자체 배달에만 적용되고, 가게 배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업주들의 고충 배경입니다.


■ "자체 배달? 남는 게 없어요"

서울에서 한식 배달전문점을 운영 중인 B 씨를 찾았습니다.

B 씨는 6년 전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배달 앱 플랫폼에 지출하는 수수료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무료 배달이 업계 문화로 자리 잡은 현재 수수료는 30%대로 훌쩍 뛰었습니다.

지난달 배달로 8천100만 원을 벌었는데, 이 중 2천600만 원을 배달 앱 플랫폼에 수수료로 떼였습니다.

B 씨는 "우리 매장은 원래 가게 배달이 많았는데 무료 배달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주문이 자체 배달로만 들어온다"며 "그 이후부터 수수료가 너무 많이 나가 이젠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한탄했습니다.

객단가가 1만 원을 겨우 넘는 B 씨 가게의 사정은 더 심각했습니다.

1만 900원짜리 메뉴 하나를 팔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5천800원, 수수료율만 50% 가까이 드는 겁니다.


■ 무료 배달 vs 가게 배달…얼마나 차이 나길래

A 씨의 음식 판매 이력을 뒤져, 같은 가격의 메뉴를 무료 배달로 팔았을 때와 가게 배달로 팔았을 때 얼마의 손해가 생기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가게의 대표 메뉴인 1만 5천700원짜리 '매콤 삼겹덮밥', 가게 배달로 주문이 들어온 경우 A 씨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1천779원에 그쳤습니다.

한편, 무료 배달은 5천503원의 수수료가 들었습니다. 음식 판매액의 3분의 1이 배달 앱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두 배달 방식에 따라 A 씨가 배달 앱 플랫폼으로부터 정산받을 수 있는 금액은 6천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겁니다.


■ 무조건 '3천400원'의 늪

입점 업주들은 무료 배달 주문 시 건당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3천400원'의 배달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3천400원은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비 가운데 입점 업주들의 몫인데, 항상 같은 금액으로 고정된 게 특징입니다.

당초 라이더의 배달 거리나 날씨 등을 고려해 산출됐던 일반 배달비와 다른 구조로, 입점 업주들의 매출 규모에 따라 배달비를 최소 1천900원에서 최대 3천400원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입점 업주가 3천400원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출 별 1~4구간으로 나뉜다는 공지 사항이 무색하게 너도나도 매출 상위 35% 해당해 가장 비싼 배달비에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B 씨는 "쿠팡이든 배민이든 무조건 3천400원"이라며 "매달 몇 푼 벌지 못하는 내가 어째서 매출 상위 35%인 1구간에 해당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B 씨는 본인의 구간 산출 이유를 설명해달라며 플랫폼에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서울 지역은 무조건 1구간(매출 상위 35%)"이었다고 합니다.


■ 매출 상위 35%는 어디까지?

입점 업주들이 주장하는 '너도나도 3천400원', 과연 진짜일까.

쿠팡과 배민 두 플랫폼에서 모두 상위 35%에 해당한다는 C 가게와 D 가게의 매출을 각각 비교했습니다. 이들의 올해 9월 10일부터 10월 10일 한 달 매출을 봤더니, 차이는 제법 컸습니다.

C 가게 D 가게
매출 1,500만 원 매출 260만 원

문제는 배달 앱 플랫폼들이 어떤 기준으로 구간을 분류하는지 깜깜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쿠팡과 배민 관계자는 "세부적인 산출 방식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어떤 시장이든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복잡다단합니다. 생존을 위해 고육지책에 나서는 플랫폼의 사정도 있고, 이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매출 감소에 내몰리는 입점 업주의 입장도 있습니다.

플랫폼과 더불어 입점 업주,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 등 배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를 공평하게 만족시키긴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이들이 일정 수준까지는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명백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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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권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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