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영향 받았나…‘미스트롯’ 같아진 북한 공연 [뒷北뉴스]

입력 2025.10.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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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당 창건 기념 북한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에서 북한 가수 정홍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선중앙TV]지난 12일 당 창건 기념 북한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에서 북한 가수 정홍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 가수 정홍란은 우리로 치면 '아이돌' 입니다. 3년 전 정권 수립일(9월 9일) 경축 공연에 '레고 머리'를 하고 혜성 같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을 '풀뱅'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파격의 아이콘인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가 유행시켰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두나 등 여러 연예인들이 시도했지요. 어쨌든 북한에서는 보기 힘든 헤어스타일입니다.

2022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경축 행사에서 북한 가수 정홍란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노동신문]2022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경축 행사에서 북한 가수 정홍란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노동신문]

■ 달라진 북한 당 창건 기념 무대

정홍란은 지난 12일 열린 당 창건 80주년 기념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에도 등장했습니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레고 머리'는 그대로였습니다. 기존의 북한 공연이 한복 차림에 전통 가요를 불러 딱딱한 분위기였다면, 흰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보이쉬한 가창력을 뽐낸 정홍란의 무대는 확실히 이전보단 세련돼 졌습니다. 댄서들은 짧은 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고 절도 있는 군무를 펼쳤는데, 마치 한국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습니다.

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가수 정홍란과 백댄서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가수 정홍란과 백댄서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

무대 구성 역시 기존 북한 공연의 형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장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북한 노래를 보다 빠른 비트로 편곡했습니다. 노래하는 가수 뒤에서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박자에 맞춰 춤추듯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 역시, 기존 북한 예술 공연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연출입니다.

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출연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 [조선중앙TV]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출연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 [조선중앙TV]

■ 외부 문화 접목해 화려한 무대 연출

북한은 반동 사상 문화 배격법 등을 제정해 한류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받아 들여 자체 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사상 무장을 촉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의 공연 무대에 디즈니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등이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2012년 7월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모란봉악단 공연 실황에 등장한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들.2012년 7월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모란봉악단 공연 실황에 등장한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들.

이날 무대에서는 대집단체조도 함께 펼쳐졌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체조선수처럼 연속 덤블링으로 '꽃이 피는 장면'을 표현했고, 아이들이 "아버지 원수님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두 팔 벌려 뛰어드는 장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어린이들이 매스게임을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TV]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어린이들이 매스게임을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TV]

■ 서커스·차력쇼까지…"인권침해" 비판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묘기도 잇따랐습니다. 집단 체조 한가운데서 민속놀이인 씨름 한판을 벌이는가 하면, 군무 행렬 사이를 말을 타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수부대로 보이는 군인들은 강인함을 과시하려는 듯 차력쇼를 선보였습니다. 경찰특공대가 헬리콥터에서 강하하듯 외줄을 타고 내려와 등장하더니 불이 붙은 고리를 공중제비 넘어 통과하는 묘기를 부렸습니다. 배 위에 올려진 돌을 도끼로 격파하는 등의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다만, 서방 세계는 이런 매스게임을 인권 침해로 평가합니다. 고난도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훈련에서 6시간 이상 대소변을 참고, 음식물 섭취도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등장한 군인들의 차력쇼 [조선중앙TV]지난 12일 북한 예술공연에서 등장한 군인들의 차력쇼 [조선중앙TV]

북한 공연에 K팝 등 외부 문화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는 "외부 문화의 영향을 받아 눈높이가 높아진 청년들에 맞춰 북한 당국이 선전 선동 기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노래를 한국식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비트가 빠른 북한 노래에 춤사위를 입히는 식으로 대체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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