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째라는 배달앱…‘한 그릇’에도 ‘최혜대우 갑질’?
입력 2025.10.14 (07:00)
수정 2025.10.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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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경찰차가 돌아다니면 무단횡단을 하려다가도 초록불을 기다리게 됩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면 어떨까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조사받으면서 범법 행위를 또 하는 건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어렵습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최근에도 법 위반 행위를 계속 시도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배달앱들이 받는 핵심 혐의인 '최혜대우' 강요입니다.
최혜대우는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입점업체에게 상품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다른 플랫폼과 같거나 더 유리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참고 기사 : “사장님, 배민이랑 저희랑 2천원 차이 나시는데”…‘최혜 대우’ 뭐기에?)
■ 최혜대우 또 나왔다…이번엔 '한 그릇'
갑질 의혹이 나온 건 한 그릇 배달 서비스.
한 그릇 배달은 배달의민족이 지난 4월 1인 가구를 겨냥해 새로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최소 주문 금액 없이 1만 2천 원 이하로 메뉴를 구성한 1인분 주문 서비스입니다.
지난 8월엔 쿠팡도 유사 서비스인 '하나만 담아도 무료 배달'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외식 프랜차이즈들과 한 그릇 배달 서비스 입점 계약을 체결하려는 과정에서 또 최혜대우를 요구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거래 조건 등을 다른 플랫폼에 비해 불리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자고 요구해온다는 겁니다.
이런 요구를 받았다는 외식 프랜차이즈는 확인되는 곳만 세 곳. 배달의민족이 여러 프랜차이즈와 동시다발적으로 입점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업체에게 같은 요구를 했을 수 있습니다.
■ "수수료 올린다" 갖은 압박
뒤에서 이메일이나 구두로 가하는 압박은 더했습니다.
타 플랫폼의 유사 서비스에 입점하지 말라, 타 플랫폼에 입점하더라도 1인분 메뉴 가격을 1만 2천 원보다 저렴하게 올리지 말라 등 다양하다고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타 플랫폼의 유사 서비스에 입점하면, 우대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 "꼭 정식 계약서가 아니더라도, 배민이 은연중에 정책을 자기한테 더 유리하게 운영하려 하고 있어요.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
△△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 "저희는 항상 을이거든요. 저희가 어느 한쪽에 쉽게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두 플랫폼이 계속해서 서로를 걸고넘어지고 있어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
□□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 "다른 플랫폼이 나서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걸 저희가 어떻게 말리겠어요. 그쪽에서 먼저 가격을 내리거나 소비자한테 유리하게 가격이나 조건을 설정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
배달의민족은 이에 대해 "협상력 측면에서 프랜차이즈는 당사 대비 우월하거나 동등하다"며 "계약은 그 자체로 비공개이고, 타사와의 계약도 비공개일 것이므로 최혜대우 강요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사 중에도 공공연히 갑질 반복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음식점주에게 최혜대우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메뉴 가격, 최소 주문 금액, 메뉴 수, 기타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조건을 다른 배달앱과 비교했을 때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라고 강요했다는 혐의입니다.
두 배달앱은 지난 4월엔 나란히 '동의의결' 절차도 신청했습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시정안을 내고 공정위가 받아들이면, 법 위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앞에서는 최혜대우 등 불공정 행위를 그만두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계속 갑질을 이어온 겁니다. 자진 시정의 의사, 이른바 '개전의 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늘(13일) 있었던 배달앱 약관 시정 관련 브리핑에서도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지난 4월 쿠팡과 배민이 동의의결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이고 충분한 시정 방안이나 상생 방안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오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한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보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전히 최혜대우 요구를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처벌 강도를 이익 초과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인 만큼, 강력한 제재를 통해 배달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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