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서울시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경쟁률이 급락한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정책대출 기준 완화 요구에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대로면 내달 공고될 미리내집 상당수도 정책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신혼부부들이 이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5일 국토부로부터 신혼부부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 상향 등의 요청이 거부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6·27 부동산 정책에 따라 신혼부부용 버팀목 전세대출은 수도권 임대보증금 4억 원 이하, 그 외 지역 3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이에 더해 대출 한도는 기존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축소됐다. 시는 서울·수도권 전세 시세를 고려해 임대보증금 및 대출 한도 상향을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예외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미리내집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리내집은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SHift)으로, 신혼부부를 위한 서울시 대표 저출생 대응 사업이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 전세보증금으로 공급되며, 입주 후 출산 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인 지난 8월 진행된 제5차 미리내집 입주자 모집에서는 485가구 모집에 1만926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39.7대 1을 기록했다. 이는 4월 제4차 모집 당시 64.3대 1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6·27 대출 규제 이후 신혼부부가 정책대출을 받기 어려운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4월 제4차 미리내집 공급 당시에는 전체 367가구 중 154가구(42%)만 임대보증금 기준을 초과해 정책전세대출을 이용할 수 없었다. 만약 4월 공급 물량에 6·27 대출 규제 기준을 적용하면, 대출 이용이 어려운 가구는 6가구(1.6%)에 불과하다.
그러나 6월 대출 규제 이후 처음 실시된 8월 미리내집 공급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전체 485가구 중 434가구(89.5%)가 임대보증금 한도로 정책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8월 공급 물량 중 전세금 4억 원 미만 주택은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 장승배기역' 44㎡형(3억3228만 원) 단 한 곳뿐이며, 공급 규모도 51가구로 전체의 10.5%에 불과했다.
이대로면 올 11월 공고될 미리내집 역시 신혼부부 대다수가 정책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요청은 전세대출 한도 상향과 전세대출 적용 주택 가격 기준 상향 두 가지"라며 "이대로 둘 수 없어 국토부와 계속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신혼부부 대상 대출 제한 예외 적용을 요청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번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미리내집 경쟁률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대출 제한을 적용할 때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시장은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토교통부에 여러 차례 청년 대상 대출 제한 예외 적용을 건의했지만, 아직 태도 변화가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