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경기가 안 좋다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지 않는 선에 움직이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 해야 한다"며 "월세 받는 사람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도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2.50%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2월과 5월 금리를 내린 후 7월과 8월 금리를 2.50%로 동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동결 배경과 관련해 "부동산 대책의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결정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동결, 1명(신성환 금통위원)은 인하 의견을 냈다.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해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2명은 동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기조는 지속되겠지만, 금융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통위원 1명이 인하에서 동결로 움직였다"며 "금융 안정에 포커스를 뒀기 때문에, 인하 기조는 유지되나 인하 폭과 시기는 조정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해외증권투자도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 요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해외증권투자가 많아서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더 빨라지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 해외에서 가져오는 증권보다 우리가 들고 나가는 게 4배 정도로 상당한 정도를 민간이 가지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협상이 잘되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통위원 중 4명이 현재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2명이다. 지난 통방과 비교하면 동결 쪽 의견이 1명 늘었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겠지만 지난 8월에 비해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며 한명의 금통위원이 인하에서 동결로 선회했다.
-금통위원 중 1명이 금리 동결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금통위원은 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상황이 우려되지만 GDP 갭이 상당폭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급적 빠르게 금리를 내리고 경기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결정을 이어가는 게 적합하다고 의견을 냈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금융안정 측면에서 10.15 대책 이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부동산 가격이 문제다. 경기도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환율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유심히 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유가가 18% 정도 떨어졌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며 수요 측 압력이 약화됐다. 환율이 올라도 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의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개별의원들의 의견은 모두 조건부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변화했다면 조건이 바뀐 것이지 이걸 혼선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점도표가 매번 발표할 때마다 바뀌는데 이를 혼선이라 표현하진 않는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향후에도 계속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대로 이번에 인하했다면 오히려 투자비용 등을 줄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다. 연속된 동결로 인하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가져간단 인식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11월 경제 전망에 대해 단서를 주실 수 있는지?
11월은 짧지만 굉장히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 같다. 우리 관세협상뿐 아니라 미중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될지 큰 변수다. 현재 반도체 사이클이 좋은데 미중 갈등으로 어떻게 될 지도 봐야 한다.
-국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조달 가능한 금액이 150~200억달러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시장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나 배당 등을 활용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 회의 이후 환율이 크게 상승했는데?
지난 금통위 이후 환율이 30원 가량 올랐는데, 해당 상승분 중 1/4 정도는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본다. 나머지 3/4는 미중 갈등과 일본 새 총리 임명으로 인한 위안화와 엔화의 약화와 3500억달러 대미투자 관련 조달에 대한 우려 등 지역적·국내 요인에 의해 절하된 부분이 크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인지?
한은이 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은 물가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금리 정책으로 완벽히 조정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해서 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경기가 안 좋다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가는 우리가 정부정책을 주도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기지 않는 선에서 움직인다는 게 적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