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이어 범여권에서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최대 9년까지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며 전세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전환 가속화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경우, 신규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무소속 의원 등 10명은 지난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임차인의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임차인의 최대 거주 보장 기간을 4년(2년+2년)에서 9년(3년+3년+3년)으로 대폭 늘려 주거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임대인의 재정정보 공개 의무 강화 조항도 담겼다.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뿐 아니라 최근 2년간 건강보험료 납부기록도 세입자에게 제출해야 하며,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3개월 전 사이에는 해당 정보를 갱신해 다시 제공해야 한다. 또한 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새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재정정보를 세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임차보증금에 대한 제한도 뒀다. 임차보증금은 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국세·지방세 체납액을 합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집이 체납 등으로 경공매에 넘어가도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보증금 한도를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이 법안이 오히려 주거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보증금 상한 규제와 계약 기간 연장으로 임대인의 신규 전세 공급 부담이 커지면, 전세 매물을 회수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도 연결된다. 앞서 정부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했다. 대출규제 강화로 이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3+3+3' 갱신권 법안까지 더해지면 전세 시장이 한층 더 경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2023년 12월 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4년 보장) 도입 직후 전월세거래량은 평균 25% 감소했고, 특히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전세 가격도 약 9~11% 급등했고, 이는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공급난과 대출규제가 겹친 상황 속 이러한 법안까지 통과되면 임대인의 매물 회수, 초기 보증금 인상,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 결국 세입자의 주거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