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인기리에 막을 내린 '폭군의 셰프'에서 극의 활력을 담당하며 존재감을 각인한 배우 오의식에게 작품에서의 여정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배우로서 제대로 역할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 그는 이번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 '폭군의 셰프'에 임했다. 본인을 코스 요리에 비유한 오의식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요리가 잘 된 작품을 전하기 위한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오의식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극본 fGRD, 연출 장태유)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도승지 임송재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달 28일 종영한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폭군의 셰프'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첫 회 시청률 4.9%(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한 작품은 배우들의 호연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으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마지막 회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또한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 따르면 작품은 TV-OTT 종합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오의식은 작품이 인기리에 막을 내린 데 관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추울 때 시작해서 제일 더울 때 촬영이 끝나서 사실 힘들었는데 뜨거운 반응과 사랑을 받으니까 힘들었던 기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깨닫게 해주신 분들이 시청자분들인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폭군의 셰프가' 방영되는 동안 작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다.
"이번 여름에 기후 문제, 사회적 이슈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이 ''폭군의 셰프'를 보면서 행복하다' ''폭군의 셰프' 때문에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요즘 '폭군의 셰프'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다' 등의 반응을 주시더라고요. 작품 자체가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오의식은 극 중 도승지 임송재 역을 맡아 활약했다. 임송재는 왕 이헌의 누이 휘숙옹주의 부마로 권모술수에 능한 모략가이자 지락가인 캐릭터다. 오의식은 채홍사 노릇을 자처하는 간신의 면모를 계산적이고 냉철하게 전하다가도 이헌을 위기에서 구하고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신의 면모를 우직하게 그리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간신의 면모를 보이다가도 충신의 면모를 전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오의식은 "이헌의 반대편의 입장에서는 간신이고 이헌의 입장에서는 충신인 캐릭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신과 충신을 단정 지어 나눠서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임송재의 행동과 말에서 당위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이헌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다 해내는 인물에 제일 중심을 많이 뒀어요. 임송재는 이헌을 향해 일편단심의 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이헌의 편에서 봐주신 시청자분들은 임송재를 충신으로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오의식은 임송재의 코믹한 모습으로 극의 웃음의 한 축을 담당했다. 임송재가 '썸'(호감)을 '쌈'이라고 오해하며 연지영에게 "오늘도 전하와 잘 쌈 싸거라"라고 말하는 장면, 연지영과의 대화에서 가방을 '가방이'라고 표현하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같은 장면에는 오의식이 직접 낸 아이디어가 반영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하와 잘 쌈 싸거라'라고 말한 부분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임송재는 썸과 쌈을 헷갈려하고 나름대로는 눈치가 빠르다고 자부하는 캐릭터라서 전하와 잘 해보라는 의미로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연습 과정에서 해본 말이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은 흔쾌히 애드리브를 잘 받아주셨고 바로 대본화해 주셔서 나올 수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가방이' 장면도 임송재는 가방을 '가방이'라고 잘못 알아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대사를 했는데 다들 좋게 반응해 주셔서 대본화 됐어요."
방영 중 화제를 모았던 장면 중 하나는 이헌과 임송재가 배동(3~5살에 선발하여 궁으로 입궐하여 세자와 함께 교육을 받고 놀이를 하게 하는 친구)으로 등장하는 신이다. 실제로 1983년생인 오의식은 2000년생인 이헌 역을 맡은 이채민과 17살 차이가 난다. 두 사람의 모습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배동 치고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오의식은 "생각보다 화제가 많이 됐더라. 많이들 동갑 설정이라고 생각하시는데 5~6살 차이 나는 설정이었다. 굳이 해명을 안 한 이유는 5~6살 차이가 나는 설정이라고 해도 이미 나이 차이가 너무 들어 보여서였다. 그래서 진짜 죽마고우처럼 보일 수 있게 정성과 노력을 작품에 쏟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웃으면서 전했다.
그렇다면 함께한 이채민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너무 좋았다. 제가 다 알 수 없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채민이가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촬영 첫날부터 엄청난 성실함과 적극성을 보여줬다"며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많이 보냈고 밥도 같이 먹고 쉬는 시간도 공유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고민도 나눴다"고 돌이켰다.
오의식은 올해 인기리에 막을 내린 '폭군의 셰프'는 물론 tvN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메리 킬즈 피플'까지 네 작품에 출연했다. '폭군의 셰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별 출연이었지만 그는 특별 출연 같지 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했다.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배역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쏟는 편이다. 그게 배우한테는 굉장한 자신감을 준다. '폭군의 셰프'에서는 조선 시대로 갈 수는 없으니까 배역 특성상 채민이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려줬다.
"작품을 선택할 때 작품에서 하는 이야기가 공감되는지, 맡은 인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도전이 되는 작품인지를 중점적으로 봐요. '그놈은 흑염룡' '언더커버 하이스쿨' '메리 킬즈 피플' 모두 특별 출연이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놈은 흑염룡' 때는 그룹 동방신기 멤버들을 패러디하기 위해 사비로 가발 옷 등을 샀고 '메리 킬즈 피플' 때는 마약 하는 설정을 위해 실제로 탈색했어요. 감독님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하셨지만 배우로서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배역이 작든 크든 맡은 인물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가득한 오의식은 '폭군의 셰프'가 요리와 음식으로 사랑받은 만큼 배우로서 본인을 음식이나 재료에 빗대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코스 요리 같았으면 좋겠다"며 "적재적소에 맞게 타이밍에 맞게 입맛에 맞게 나오는 배우이길 바란다"고 답했다.
올해가 두 달가량 남은 시점 앞으로 오의식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다음 순서로 나올 코스를 기다리며 조급하지 않게 있으려고 해요. 조바심 안 내고 많은 분들께 힘이 되고 제가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다작하기보다는 시청자분들께 잘 된 요리를 내어드릴 수 있게 재료를 공수하려 돌아다니고 어떻게 요리해야 더 맛있는지 연구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잘 쉬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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