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멸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백악관 회담은 고성이 오가는 언쟁으로 번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칠게 훈계하며 욕설까지 섞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은 이걸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른다”며 “당신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푸틴이 원하면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회의 중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내던지며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압박했다. “이 지도, 이제 지겹다”며 “이 빨간 선은 뭐지?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도네츠크주 전체를 넘기는 대신 자포리자·헤르손주의 일부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푸틴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기대하던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커졌다고 FT는 분석했다.

도네츠크주는 전황의 핵심 지역이다. 우크라이나는 북부 슬로우얀스크~남부 코스티안티니우카에 이르는 ‘요새 벨트’를 기반으로 러시아군의 서진을 막고 있다. 이 지역을 포기할 경우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로 직행할 통로를 열게 되고, 동유럽 추가 침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경제는 붕괴 직전”이라며 푸틴에게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최근 “러시아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FT는 이러한 태도 변화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전쟁 정책 기조가 급변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을 피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성사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모색하는 가운데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럽 관리는 “젤렌스키는 회담 후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