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결혼식 50일 남았는데…"국가 행사로 취소"

신유만 기자 | 2025.09.22 21:24

[앵커]
다음달 31일부터 1박 2일간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행사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청소 운동을 하자고도 했다는데요, 정상들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이 예정돼 있던 고객들이 돌연 취소 통보를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건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이게 무슨 일인지요?

[기자]
최근 서울 남산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던 고객들이 호텔 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한 고객은 SNS에 "결혼식이 11월 2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정부 공식 요청으로 호텔에서 취소 연락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신라호텔 측도 해당 사실이 맞는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정확한 취소 사유는 보안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날짜를 보아하니 APEC 정상회의 때문인 것 같은데요?

[기자]
호텔 측도 그런 추정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가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참가국 정상들이 서울 숙소로 이용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시 주로 하얏트 호텔을 이용했고 시 주석은 과거 세 차례 신라호텔에 묵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시 주석이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앵커]
아무리 국가행사라지만, 결혼식을 불과 50일 앞둔 시점인데,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막막하겠네요.

[기자]
신라호텔 예식장은 특급호텔 결혼식장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손꼽힙니다. 결혼식 1년 전에도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곳입니다. 이런 사정은 비슷한 급의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날짜에 장소를 옮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앵커]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예비부부들은 화장과 드레스, 촬영 등 각종 출장 서비스에 대한 예약 변경 혹은 취소 금액을 부담하는 건 물론이고 신혼여행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도 변경해야 합니다. 호텔 측은 고객 계약서에 "국가 행사 일정 시 취소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도의적인 보상 이상의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각종 부대비용에 대한 보상은 못 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있다는 해당 조항은 약관규제법에 위배돼 무효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성원 / 변호사
"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될 수 있어 불공정 약관 조항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호텔 측에 손해배상 청구하거나 집단 소송도 검토할 수 있고 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일을 야기한 국가는 책임이 없습니까?

[기자]
여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가가 이 일에 보상할 책임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신라호텔에 명백하게 강압을 한 게 아니라면 결국 예식 취소라는 결정을 한 건 호텔이라는 겁니다.

전학선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는 사실은 뒤로 빠지는 거죠. (정부가) 신라호텔에 협조 공문을 보내서 신라호텔이 (취소)했다 그러면 일단은 그건 신라호텔과 계약을 맺은 사인 간의 관계가 되는 겁니다."

다만 헌법은 공익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 고객들이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해서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앵커]
국빈을 예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개인의 결혼식이 그보다 덜 중요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네요. 

뉴스제보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