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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에 다시 읽는 박수근 환대의 미학
10월 3일 개천절. 단군신화에서 개천은 그저 새로운 나라의 출발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 열렸음을 뜻한다.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를 염원한 이야기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다른 삶의 가능성’
2025.10.01. -
불타는 대지의 숭고-안젤름 키퍼와 기후위기 시대의 미학
9월 중순, 폭염의 끝자락에서 올해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산불 산태를 떠올린다. 전 세계적으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규모 산불과 홍수, 녹아내리는 빙하와 사라지는 섬들의 뉴스는 기후위기가 우리 삶 한가운데 들어와
2025.09.17. -
황혼의 기도-밀레의 '만종'과 개와 늑대의 시간
기후 위기의 시대, 뜨거운 여름 햇빛 속에서도 저녁이 되면 서늘한 가을의 바람이 스며든다. 이 시기 해 질 녘, 빛과 어둠이 뒤섞이는 황혼의 순간을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렀다. 멀리 있는 짐승이 집
2025.09.03. -
고요 속의 사색, 어머니의 피에타-케테 콜비츠와 광복 80주년의 기억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면서 케테 콜비츠를 떠올린다.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는 비탄의 절규보다 더 깊은 사색의 침묵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콜비츠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외아들 페
2025.08.20. -
기억의 가장자리-도미야마 다에코의 미학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 8월 15일 해방. 일본에는 ‘피해의 기억’이, 한국에는 ‘해방의 기념’이 겹치는 이 열흘 남짓의 시간은 아시아 현대사의 어긋난 기억 구조가 드러난다. 잊히고 침묵을 강요당
2025.08.06. -
고요를 삼킨 폭풍 - 터너의 눈보라와 칸트의 숭고 미학
J.M.W. 터너(1775~1851)의 많은 작품에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거의 사라질 듯한 존재로 등장한다. ‘눈보라: 항구 앞바다의 증기선’(1842)은 폭풍우에 휩쓸리면서 겨우 버티는 작은 증기선을 그리고 있다.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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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사랑, 천상의 승화
녹색 망토에 붉은 모자를 쓴 젊은 남자는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여인 중에 가운데 여인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인은 시선을 돌린 채 그를 지나친다. 오른쪽 여인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며 뒤따르는 여인은 안타까
2025.07.09. -
지워진 얼굴들, 흔들리는 몸짓
이응노의 ‘군상’ 연작을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그 이미지가 환희인지 절망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인간 군상이 밀집해 있다. 팔을 들거나, 몸을 휘며 전진하는 듯한 동세는 어떤 점에서 저항의 몸짓처
2025.06.25. -
김수자-몸으로 수놓는 수행의 미학
한 여자가 서 있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길에서 그녀는 말없이 서 있다. 이 세상은 그녀에게 무엇인가? 마치 그녀는 면벽한 수도승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라캉은 말한다. 나는 나의 눈(시선)을 통해 대상을 보지만
2025.06.11. -
진실은 어떻게 침묵 당하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렇게 보이도록 구성된 말인가? 그리고 그 진실을 누가 말할 수 있으며, 누가 침묵해야 하는가? 우리는 흔히 ‘진실을 밝히는 일’을 정의와 연결하지만, 실제 정치 현실에서 진실은 종종 말할
2025.05.28. -
망각과 지배 서사에 저항하는 기억 투쟁
현대사에서 비상계엄은 ‘비상시 국가권력의 조치’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생명을 유린해 온 반복된 국가 폭력의 서사였다. 1948년 10월 21일 여순사건(10·19) 진압, 한국전쟁, 5·16 군사쿠데타, 1972
2025.05.14. -
메이데이에 다시 보는 '사코와 반제티의 수난'
5월 1일은 메이데이, 노동절이다. 1886년 5월 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 헤이마켓 광장에서 일어난 노동자 시위는 그 전날 경찰에게 살해당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평화 행진으로 진행됐다.
2025.04.30. -
디오니소스적 예술에 대하여
예술은 합리적인 이상 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고, 반대로 현실 세계의 비합리적인 고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니체(1844~1900)에 따르면,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아폴론적인 것’에 반해 ‘디오니소스적인 것
2025.04.16. -
아폴론적 예술에 대하여
예술 작품은 아름다운 이상적 세계를 보여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실 세계의 고통을 드러내 보여주어야 하는가? 니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해보자.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2025.04.02. -
독재자가 싫어한 그림
히틀러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건축물과 풍경화를 곧잘 그렸다. 그는 스스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자부하면서 ‘빈 조형미술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두 차례 응시했으나 모두 낙방했다. 학교 측은 그가 인물
2025.03.19. -
인간은 왜 그림을 그렸을까
“인간은 왜 그림을 그렸을까?” 이 질문은 그림은 어떤 기능과 목적을 가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화해왔다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