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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용서
새벽 5시, 강원 영월로 향했다. 뮤지컬 ‘단종, 1698’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추석 황금연휴 첫날, 70분짜리 공연 하나 보자고 왕복 6시간이 넘는 먼 길을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저 대부분의
2025.10.20. -
느릿느릿 모카포트
나는 아침에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 아침에만 연거푸 세잔을 마신다. 찌뿌둥한 몸에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에스프레소맛이 매력적인 까닭도 있다. 에스프레소는 고온의 물에 미세하게 분쇄한
2025.10.13. -
마을영화제가 끝난 뒤
제4회 섬진강마을영화제를 마쳤다. 올해는 ‘만물평등주의’라는 부제를 중심으로 영화들을 선별했다. 개막 무대에 오른 노래패 ‘새벽 광장’은 영화제의 취지에 어울리는 ‘해월의 노래’를 불렀다. “하늘과 땅은 단 하루도
2025.09.29. -
내가 제일 예뻤을 때
신문사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선후배 몇명과 아주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이젠 모두 정년퇴직을 했고 돋보기와 임플란트를 장착한 노인이 됐다. 우리는 30여년 전의 기자시절 무용담과 에피소드를 안주 삼아 밥과 술을 먹
2025.09.22. -
아이와 노인의 물고기 숫자는 같다
늦둥이 육아에 여념이 없던 오래전 일이다. 비몽사몽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 독경과 필사가 일상인 어머니가 한창 몰입하며 방해받기를 거부하는 시간대에 전화라니. 불안감이 엄습해 아래층
2025.09.15. -
아날로그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방 취재를 다니다 보면 언제나 불안하다.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 메모리카드 오류로 사라지면 어쩌나, 작업실로 돌아와 백업한 하드드라이브가 고장 나면 어쩌나.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국가와 개인 모
2025.09.08.
많이 본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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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용서
새벽 5시, 강원 영월로 향했다. 뮤지컬 ‘단종, 1698’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추석 황금연휴 첫날, 70분짜리 공연 하나 보자고 왕복 6시간이 넘는 먼 길을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저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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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모카포트
나는 아침에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 아침에만 연거푸 세잔을 마신다. 찌뿌둥한 몸에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에스프레소맛이 매력적인 까닭도 있다. 에스프레소는 고온의 물에 미세하게 분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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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방 취재를 다니다 보면 언제나 불안하다.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 메모리카드 오류로 사라지면 어쩌나, 작업실로 돌아와 백업한 하드드라이브가 고장 나면 어쩌나.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국가와 개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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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노인의 물고기 숫자는 같다
늦둥이 육아에 여념이 없던 오래전 일이다. 비몽사몽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 독경과 필사가 일상인 어머니가 한창 몰입하며 방해받기를 거부하는 시간대에 전화라니. 불안감이 엄습해 아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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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예뻤을 때
신문사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선후배 몇명과 아주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이젠 모두 정년퇴직을 했고 돋보기와 임플란트를 장착한 노인이 됐다. 우리는 30여년 전의 기자시절 무용담과 에피소드를 안주 삼아 밥과 술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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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힘은 축적의 힘에서 나온다
“순간적으로 욕심이 나서 그랬습니다.” 빌라에서 숨진 50대 남성이 착용하고 있던 20돈짜리 금목걸이를 훔친 사람의 진술이다. 범인이 사건 조사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던 검시 조사관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평소
2025.09.01. -
85세 박근형의 도전
폭설이 쏟아지던 2월 어느 저녁이었다. 세종문화회관 M(엠)씨어터에서 배우 박근형(85)·예수정(70)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연이은 매진으로 어렵사리 예매한
2025.08.25. -
동요 ‘옥수수 하모니카’ 다시 듣기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의 동요 ‘옥수수 하모니카’의 도입부다. 맛있게 옥수수를 먹고 빈 속대로 하모니카 부는 흉내를 내는 아이의 천진한 표정이
2025.08.18. -
습지에서 ‘다정’을 생각하다
밤부터 큰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섬진강으로 나갔다. 버드나무들이 자생적으로 숲을 이룬 장선 습지엔 아직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습지 견학생들을 이끌고 이곳 전망대에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버드나무를 하나씩
2025.08.11. -
혼자 읽고 함께 생각하는 독서
운전면허를 비롯, 아무런 자격증이 없고 술·담배나 운동도 안하는 나의 유일한 취미는 책 읽기다. 어떤 이들은 책 읽기가 밥 먹기나 세수하기처럼 일상이어서 ‘취미’가 안된다고도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
2025.08.04. -
지역축제는 기억을 쌓아야 한다
매년 한여름 ‘동강사진축제’를 구경하러 강원 영월을 찾는다. 이 사진 축제가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지역축제로서는 드물게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 부활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었다. 각
2025.07.28. -
만번을 두드려야 인물이 된다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인인 우유철 박사가 ‘만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는 제목의 책을 냈다. 저자가 현대그룹에 사원으로 들어가 임원·사장·부회장으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민간 일
2025.07.21. -
의류관리기와 테슬라
방학이 시작되니 연일 폭염이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뜨겁고 습하다. 매일 공연장을 다니며 작품을 보고 글 쓰는 게 일이라 시원한 마 옷을 꺼내 들었는데 잔뜩 구겨져 있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수십년 된 구형 다리
2025.07.14. -
성게와 고사리
성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급 수산물이다. 수산시장에서도 가격이 100g에 2만원 정도로 고가다. 반면 고사리는 오랫동안 가난을 상징해왔다. 중국 주나라 때 왕조 교체를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고 산
2025.07.07. -
텃밭이라는 정원
올해도 텃밭에 농작물을 심었다. 상추와 감자와 토마토와 대파와 토란 그리고 옥수수가 자라는 중이다. 상추는 꽃대가 올라왔고, 감자는 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수확했다. 토마토는 지지대를 높이 세워 묶었고, 대파 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