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성장 '보조제 의존'에 갇혔다

노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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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학부모 10명 중 3명 성장보조제 사용 경험…수면·식습관·운동 부족은 10년째 지속

성장기 아동 10명 중 3명은 이른바 '키 성장'을 위해 각종 보조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성장에 필수적인 수면·식사·운동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전국 학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3명은 자녀에게 키 성장 보조제나 칼슘, 비타민D 등의 보충제를 먹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7%가 '보통이거나 효과가 없다'고 평가해,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남자는 180.4cm, 여자는 166.7cm까지 성장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 성인 평균 신장보다 각각 5cm 이상 큰 수치로,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한 '큰 키 선호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중요한 성장 요소이며, 성장호르몬이나 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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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80% 이상이 하루 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에 해당하는 초등학생의 36.3% 역시 하루 8시간도 채 자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미취학 아동도 26.3%가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었다.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숙면의 시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식습관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약 20%에 달했다. 특히 여고생의 40%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한다고 답했으며, 25.4%는 아침을 거른다고 밝혔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에도 7.3%가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식사 불규칙이 어린 연령대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사뿐 아니라 신체 활동 역시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5.3%)이 주 3회 미만으로만 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특히 여고생의 42.4%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장기 청소년의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로, 신체 발달과 체력 저하가 우려된다.

한편, 전자기기 사용 시간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의 43.5%가 주중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2016년(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70~80%에 달해, 연령이 높을수록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해상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016년과 2025년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가 지난 10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미취학 시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 조기 개입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장의 기초는 숙면·운동·균형 잡힌 식습관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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