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추종 ETF엔 '폭풍 유입'…개별 종목엔 '차익 실현' 바람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투자 방식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는 주춤한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 상승세가 본격화한 올해 6월 이후 금융투자 부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9조4707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는 증권사 등에서 직접 투자할 때 잡히는 수급을 뜻한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액 19조8447억원의 47.7%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3조6960억원을 사들이며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의 전체 순매수액은 1조7860억원에 불과했다. 연기금이 1조332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금융투자를 제외한 기관들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개인 자금이 ETF 중심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은 지수나 테마를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금융투자 수급에는 개인 자금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대기자금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0조329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08%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같은 기간 169조6543억원에서 182조2398억원으로 7.4% 늘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에 대해선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이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5조7997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9월 한 달 동안 10조4858억원을 매도해 차익 실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점 부담이 커진 만큼 주가 하락 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초 이후 각각 73.6%, 132.0% 상승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16조2190억원, 9370억원을 순매도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과 주식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특정 종목보다는 배당 ETF나 지수 ETF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이 같은 투자 패턴이 최근 수급 차이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