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22일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국립보건연구원 미디어아카데미’에서 고령 산모가 늘면서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2013년 7.6%에서 2023년 12.4%로 증가했다”며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이 31.8세에서 33.5세로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40세 이상 산모는 5명 중 1명이 임신성 당뇨병을 동반한다.
비만 인구 증가도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상태일 때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23.4%, BMI가 정상 범위(18.5~23)일 땐 9.9%로 비만일 때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이 2.37배 높았다.
임신부의 식단도 임신성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국립보건연구원 ‘임신성 당뇨병 코호트’ 연구 과제 책임자인 류현미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의 영양소 섭취량을 권장 섭취량으로 나눠 영양소 13종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살핀 결과 임신 초기 영양 섭취가 불균형하면 영양 상태가 양호할 때보다 임신성 당뇨병 발생 위험이 1.82배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비만 상태까지 더해지면 위험은 4.2배로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비타민 B6, 나이아신(비타민 B3), 칼슘 섭취가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면 임신성 당뇨병 발생 위험은 각각 1.62배, 1.54배, 1.39배 증가했다. 전반적인 식단의 질과 영양 균형이 임신성 당뇨병 예방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신성 당뇨병을 관리하지 않으면 산모와 자녀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을 관리하지 않으면 산모의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임신성 당뇨병 산모는 건강한 산모 대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6.1배 높았고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1.5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대체로 임신 기간 발생했다 사라지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만성화되는 제2형 당뇨병이 된다는 것이다.
임신성 당뇨를 겪은 산모가 출산한 자녀도 당뇨와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350만명의 10년간 데이터(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 임신성 당뇨병 임신부가 출산한 자녀는 성장 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1.5배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임신 중 인슐린 치료를 받은 여성에서는 자녀의 당뇨병 위험이 더욱 높아져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약 4.6배, 제1형 당뇨병은 2.2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성 당뇨병 임신부의 높은 혈당 수치는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혈당 수치 관리를 위해 투여받은 인슐린은 태아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엄마의 고혈당에 영향을 받은 태아는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며 빠르게 성장해 4kg 이상의 체중으로 태어나는 거대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신성 당뇨병은 자녀가 소아청소년기 발생하는 비만에도 영향을 미쳐 자녀의 건강에 장기적인 준다는 점도 확인됐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는 “임신 전부터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출산 후에도 꾸준한 검사와 관리를 통해 본인과 자녀의 미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