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처음으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규칙)을 구현했다고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양자 컴퓨터는 보통 컴퓨터가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1~2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이렇게 빨리 연산을 해 내놓은 답이 정확한지 제대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구글이 이를 가능하게 하면서 ‘양자 컴퓨터 상용화’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이날 자사의 양자칩 ‘윌로’로 ‘양자 에코스’ 알고리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원자(原子) 수준의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CPU·GPU 기반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의 비트로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씩 순서대로 계산한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입자를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 중첩 상태인 ‘큐비트’로 만들어 연산 속도가 빠르다.
빠른 연산 속도 덕에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최고의 수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한다. 보통 컴퓨터가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몇 초 만에 해결할 만한 연산 능력을 갖췄고, 이 덕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 같은 분야에서 획기적 발전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지표가 부족했다. 가령, 양자 컴퓨터가 수퍼컴퓨터보다 훨씬 빨리 특정 수학 계산을 해냈다고 했을 때, ‘빠른 속도’는 곧바로 증명되지만, 양자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 값이나 계산 과정이 정확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구글이 이날 윌로로 ‘양자 에코스’ 알고리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면서 양자컴퓨터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에코스’는 양자 상태를 되돌려 보내며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로, 마치 ‘메아리’처럼 계산 결과를 역순으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양자칩이 계산을 한 뒤 특정 답을 도출하면, 이 알고리즘에 따라 연구진이 계산 과정을 역으로 되돌린다. 도출된 결과값에서부터 역계산해 나온 상태가 계산 전 첫 상태와 같다면 계산 과정에서 정보 손실이나 오류가 거의 없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검산’을 통해 양자컴퓨터가 정확한지 확인한 셈이다.
이를 통해 구글은 양자 컴퓨터가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과학 문제를 기존 수퍼컴퓨터보다 1만3000배 빠르게 풀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해 냈다.
구글은 이 알고리즘을 실제 신소재, 신약 개발 등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 UC버클리와 협력해 MRI 기술의 핵심 과학이기도 한 핵자기공명(NMR) 실험 데이터를 양자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다. 구글 측은 수퍼컴퓨터를 활용할 때보다 훨씬 더 정밀한 분자 구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사회 곳곳에서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는 양자 컴퓨터 활용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다. 약물은 분자와 분자 간 상호작용으로 효능을 내는데, 고전 컴퓨터는 이 복잡한 현상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 이때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면 항암제, 치매 치료제, 감염병 백신 등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구글은 “망원경과 현미경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듯이, 이번 실험은 지금까지 관찰할 수 없었던 자연 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퀀텀스코프(quantum-scope)’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