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85% 돌파…9.2조 슈퍼 플랜트 가동 초읽기

정혜진 기자
입력
수정 2025.10.22. 오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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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현장 가보니
크래킹히터 10기 중 4기 설치
연말엔 건설 작업 마무리 전망
세계 최초 TC2C 구축도 '착착'
내년 하반기 상업운전 본격화
석화 사업재편에 압박 커질 듯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 제공=에쓰오일

[서울경제]

21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대형 크레인들이 빼곡히 들어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할 만했다. 공장 입구에서 10분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한 끝에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샤힌 프로젝트’의 거대한 규모가 눈앞에 펼쳐졌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무려 9조 258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고부가 석유화학 복합 단지 사업이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85%를 넘어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망대에서 본 현장은 101개에 달하는 모듈이 이미 자리를 잡아 전체 설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능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스팀크래커 단지였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등 원료를 850도에 열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대량생산하는 장치다. 초대형 스팀크래커를 중심으로 한 1구역은 샤힌 프로젝트 전체 부지(88만 ㎡)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축구장 약 6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스팀크래커의 핵심 장치인 크래킹히터는 총 10기가 들어온다. 이 중 4기의 설치가 완료됐다. 나머지는 올해 12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크래커는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공장은 3개 구역으로 나뉜다. 1구역에서 생산된 기초 유분은 3구역에 있는 21기의 저장 탱크에 보관됐다가 이후 폴리머 공장이 있는 2구역으로 이동해 폴리머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국내 석화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TC2C(Thermcal Crude to Chemical) 설비도 한창 짓고 있었다. TC2C는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바로 나프타·LPG 등 석유화학 원료를 뽑아내는 시설이다. 공정이 단순하고 에너지전환 효율이 높아 기존 설비 대비 경쟁력이 높으며 탄소 배출 저감에도 효과적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설비가 완공되면 세계 최초의 TC2C 시설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 프로젝트 EPC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현대건설의 이현영 현장실장은 “현장에 하루 평균 1만 1000명의 근로자가 투입되고 있다”며 “내년 6월 기계적 완공 후 시운전을 거쳐 하반기 상업가동이 가능하도록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나오는 기초 유분만 해도 에틸렌 180만 톤(연간 생산 기준),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등이다. 이 가운데 에틸렌은 대부분 폴리머 공장 원료로 투입돼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소재를 만드는 폴리에틸렌을 자체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기초 유분은 국내 석화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에쓰오일은 울산·온산산업단지 내 입주한 석화 업체들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한 장기 협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규 배관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각종 악재 속 생존 위기에 놓인 국내 석화 생태계는 또 한 번의 격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생산 규모는 물론 TC2C로 생산해 공급하는 제품 경쟁력에 따라 다른 국내 석화 업체들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화 사업 재편 대상 포함 여부를 떠나 샤힌 프로젝트는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역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필요한 기초 유분 수입 물량을 대체해 안정적인 원료 조달과 물류비 절감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현재 추진되는 국내 석화 업계 구조 재편과 관련해 울산 내 석화 업체들과 관련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과 협력해 향후 산단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석화 구조 재편 방향은 석화 업계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물리적인 감산이 아닌 산단별 정유사·석화사 간 수직 통합을 포함해 유의미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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