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권력'에서 '구원투수'로…조국의 두 번의 광주 방문, 무엇이 달랐나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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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직후 민주당과 경쟁 강조하며 '투쟁'→2달 뒤 성비위 사건 수습하며 '성찰'

"광주 정신으로 내란을 종식하고 민생을 강화하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8월 26일, 5·18 묘역 방명록)
"그간의 일로 상처받은 모든 당원분들께 깊이 위로드립니다." (10월 22일, 당원 간담회)

불과 두 달 사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방문 메시지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 직후 '미래 권력'으로서 당권과 미래 정치를 향한 포부를 밝혔던 그가 10월에는 당내 성비위 사건 수습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해 당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두 번의 광주 방문은 조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과 지지율 변화 등 조국당이 처한 현실의 극적인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26일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전두환 비석을 밟으면 "윤석열도 이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2025.08.26ⓒ프레시안(김보현)

◇8월의 조국은 어땠나…내년 지방 선거 정조준하며 '몸풀기'

지난 8월 26일 사면 후 열흘 만에 광주를 찾은 조 위원장(당시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메시지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5·18 묘역을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윤석열의 운명도 이렇게 될 것"이라며 강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고 기자들 앞에서는 사실상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열리면 당 대표로 출마할 생각"이라며 "광역단체장은 국민의힘이 단 한석이라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전남에서 젊은 김대중, 젊은 노무현 같은 시민을 발굴해 기초의원부터 성장시키겠다"며 '풀뿌리 정치' 육성에 대한 꿈을 펼쳐 보였다.

다음날인 27일 조 원장은 담양을 방문해 당내 유일 지자체장인 정철원 군수와 가진 차담회에서는 '호남 정치의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훌륭한 일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호남 전체 발전을 위해 생산적 경쟁을 해야 하며 경쟁 없이 발전은 없다"며 "호남에서 건전한 경쟁이 있어서 호남 유권자분들이 선택지가 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만 보고 찍는 게 아니라 실제 후보의 능력과 자질, 정책을 보고 찍어야 호남 전체에 도움이 된다"며 "정 군수님의 당선 자체가 호남 전체에 여러 파급효과, 즉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그의 행보는 내년 지방 선거를 정조준하는 미래 권력으로서 '몸풀기'에 가까웠다.

▲22일 광주 음악산업진흥센터 별관에서 열린 '광주당원과 함께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조국 비대위원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2025.10.22ⓒ프레시안(김보현)

◇10월의 조국 …'성비위 사건'에 고개 숙이며 자세 낮춰

그러나 두 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조국혁신당 내에서 터져 나온 3건의 '성비위·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지도부가 지난 7월 총사퇴했고, 당의 전면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조국이 당의 전면으로 조기 등판했다.

지난 22일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다시 5·18 묘역을 찾은 그의 메시지는 '투쟁'이 아닌 '성찰'과 '혁신'에 맞춰졌다.

그는 '5·18 고교생 시민군' 김향득 열사의 묘를 참배한 뒤 방송 녹화 일정을 소화한후 가진 '광주당원과 함께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광주가 있었기에 신생 정당이지만 원내 3당으로 설 수 있었다"며 "상처받은 모든 당원분들께 깊이 위로드린다. 더욱 성찰하며 당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내 비위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비했던 부분을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국혁신당의 그간의 행보에 대해선 "검찰 개혁을 마무리 단계로 이끌었고 사법 개혁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남은 과제인 정치 개혁도 반드시 해내겠다"면서 정치 개혁의 방안으로 △교섭단체 요건 정상화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기초의회 중대 선거구제 확대 등을 들었다.

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 무산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광주와 전남이 AI 연구 산업 인프라가 연계되는 초광역 상생 협력 시스템으로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과의 경쟁'을 언급했던 두 달 전과 달리 '이재명 정부 하에서 조국혁신당의 역할과 효능'을 강조하며 협력적 관계를 부각했다.

▲22일 광주 음악산업진흥센터 별관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당원간담회에서 조국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2025.10.22ⓒ프레시안(김보현)

◇위기를 기회로?…'리더십 시험대' 오른 조국

지난달 4일 SNS를 통해 성비위 문제에 대해 조 비대위원장은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며 "비당원인 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두 달 사이 조 위원장의 위상은 '미래 권력'에서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소방수'로 바뀌었다. 당내 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비대위원장으로서 당 혁신과 재발 방지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번 광주 방문은 그가 '관객이 아닌, 역사의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로서 당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리더십을 증명해낼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광주가 사랑하는 나무로 자라겠다"는 그의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 쇄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광주 민심에 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22일 광주 음악산업진흥센터 별관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광주당원과 함께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 시당 관계자는 "성비위 사건보다 앞으로 당의 방향에 대해 질의응답을 통해 논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2025.10.22ⓒ프레시안(김보현)

한편 조국혁신당은 성비위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15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서울, 경기, 인천을 시작으로 전남,부산, 제주, 경남을 거쳐 광주에서 당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수원 간담회까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당 정비와 당내 비위 문제 조치 등에 대한 최종 혁신안을 10월 말 11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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