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정기 정검을 받는 정비소가 가까이 있어,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니 오라고 했다. 사장님은 파손된 머플러를 보더니, 새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고 납땜을 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쇼츠 영상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파손된 차축이나 부품을 분해하고 납땜하고 수리해 다시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렇게 재활용하는 모습이 기술이 발달되지 않음을 비꼬듯이, “테크놀로지아”라고 외친다. 우리는 납땜하고 가공하지 않고도 새로운 부품들이 많지만, ‘자동차 10년타기 운동 본부’에 속하는 사장님은 새 부품 비용도 많이 들고 고쳐쓸 수 있기에 수리를 하자고 했다.
오랫동안 차량 점검을 맡겨 신뢰하기에, 사장님이 하자는 대로 했다. 사장님은 ‘돈이 꽤 들 것’이라는 말을 흘리면서, 배기구 머플러를 분해했다. 그는 깨어진 두 축을 들고 근처 용접 공장으로 갔고, 수리가 성사되었다.
용접 사장님은 마치 물레를 돌리는 도공같이 부러진 머플러를 이리 저리 돌려 보고, 파손 부위의 접합점이 맞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납땜해 주셨다. 한 시간을 훌쩍 넘어 부러진 배기구 머플러를 꼼꼼하게 용접해 주셨다. 정비소 사장님이 가격을 물어보니,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만 달라고 했다. 그러자 정비소 사장님은 더 받으시라면서, 오만원 한 장을 전해주셨다.
정비소 사장님은 다시 정비소로 돌아와서 잘 용접된 배기구 머플러를 조립하면서, 용접 사장님 아들이 일하다가 크게 다쳐, 장애를 얻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더 비용을 많이 지불했단다. 사실, 정비소 사장님은 인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딸이 있는데, 용접 사장님의 아들이 그런 사고를 겪으니 동병상련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비소 사장님은 수리비로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만 달라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뭔가 되는 일이 없는 그런 날이었는데, 거기다가 멀쩡했던 배기구 머플러마저 파손된 그런 날이었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성실함과 이 노동자들이 서로 마음을 쓰는 따스함을 보면서 되는 일이 없다고 불평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내가 좀 더 적게 받더라도, 안된 이가 더 많이 받았으면 하는 그런 선한 마음을 지니고 사는 이들로 부끄러워졌다. 삶의 어려움을 짊어지고 그래도, 그래도 살아보고자 묵묵히 차를 정비하고, 성실히 납땜하는 사장님들은 혼신의 힘으로 애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성실함과 연대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자, 삶은 여전히 어렵고 괴롭지만 그래도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상공단에는 이처럼 성실함과 다른 이에 대한 연대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한때 부산 제조업 사업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지금 사양길로 접어든 듯 하다. 밤 늦도록 무언가 제조하는 소리와 기계밥으로 인한 공단의 특유한 냄새도 여전하지만, 아파트 단지와 주택 조성으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성실히 일하고 연대하는 노동자가 자꾸만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만 늘어나는 것은 도시의 생산력과 활력을 해칠 수 있다. 더군다나 노동하는 성실함과 다른 이에 대한 연대는 되는 일이 없는 그런 날들조차도 묵묵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진리를 알려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