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첫 심의 이후 한 달 만 재개
사고관리계획서 놓고 원안위 숙고 예상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두 번째 심의가 23일 진행된다. 지난달 25일 첫 심의에서 결정이 보류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李대통령 “기존 원전은 계속 활용”
22일 관계부처와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원안위는 23일 열리는 제223차 회의에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각각 재상정한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달 222차 회의에서 이들 두 안건을 심의했으나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위원들 의견에 따라 차회에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시 원안위에서는 앞서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된 한국형 원전(APR1400)과 다른 노형인 고리 2호기와 차이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추가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223차 회의 결과는 ▷계속운전 승인 ▷계속운전 불허 ▷또 다시 보류 등 3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에 다소 부정적인 기조를 밝힌 새 정부가 기존 원전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만큼 계속운전 허가안 의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원전은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혼합)’ 차원에서 계속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대목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5일 고리 2호기 현장을 집적 찾아 원전 안전운영 체계와 계속운전 준비 상황 등을 점검했다.
당시 기후부는 “김 장관의 이번 방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안전성을 전제로 원전을 합리적으로 섞어 사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계속운전 승인 쪽에 힘을 싣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서도 “원안위 심의 부실”
다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제기한 고리 2호기 심사 과정의 문제점과 환경·탈핵단체의 극한 반발은 원안위 심의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원안위 심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환경·탈핵단체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 20일 심의 중단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원안위 회의가 열리는 23일에도 서울 중구 소월로 원안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및 ‘종일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 223차 회의에서는 지난 222차 회의와 다르게 원안위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 점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김균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와 제무성 한양대 교수의 임기가 이달 12일 만료되면서 이들 두 위원은 이번 223차 회의에서 빠지게 됐다.
다만 9인 회의체인 원안위는 의결 기준이 ‘5인 찬성’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탈해도 의결은 가능하다.
이번 심의 역시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고리 2호기는 즉시 재가동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관련 작업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재가동은 수개월 후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노후 원전 폐쇄’를 촉구해 온 환경·탈핵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계속운전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면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2호기는 영구 정지된 1호기처럼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전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제2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