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30원 돌파·고금리 기조도 지속
내수 부진 속 기업·서민 부담 가중
서민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했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3중 고(高)' 압박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해 2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력·가스·수도 부문이 6% 가까이 오르며 전체 상승을 이끌었고, 서비스·농산물 가격도 동반 인상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5) 씨는 "전기요금, 보험료, 통신비까지 오르니 줄일 곳이 없다"며 "버는 건 그대로인데 쓰는 건 몇 배로 느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고환율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오른 1429.8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 14일(1431원) 이후 6거래일 만에 최고치다. 미국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가 맞물리며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 13일에는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서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원자재와 식자재 가격이 연쇄 상승해 서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보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3bp 내린 연 2.587%를 기록했으나 10년물(2.886%)·20년물(2.858%) 등 장기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에선 단기적인 등락보다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고착화되는 흐름이 우려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한은은 지난 5월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7월과 8월 연속 동결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급증이 부담으로 작용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맞물린 '복합위기'가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고물가·고환율 속에 금리를 인하하면 자본유출 우려가 크고, 동결하면 내수 회복이 늦어지는 정책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며 "결국 그 부담은 서민과 중소상공인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