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속 하루 전 "다 도망가라"...캄보디아 경찰·사기단 유착 포착

권정현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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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10명에 93억 사기 친 범죄조직
6월 29일 '단속 정보' 입수 이틀 만에 도주
구금 조직원들에 "경찰에 돈 주고 작업할 것"
"70만 원에 현지 경찰이 휴대폰 증거 정리"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주캄보디아 대사관.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을 수사 중인 경찰이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현지 경찰 간 유착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범죄단지가 캄보디아에 조성된 배경에 현지 당국의 비호가 있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런 유착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구속돼 충남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20대 피의자 3명이 소속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소재 범죄조직은 올해 6월 29일 현지 경찰의 단속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도주했다.

한국인 총괄팀장 A씨는 경찰의 단속 계획을 사전에 전해 듣고 프놈펜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조직의 새로운 '본진'으로 마련해 조직원 전원이 이동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조직은 이틀 뒤인 7월 1일부터 이주해 곧바로 코인투자리딩팀과 노쇼 사기팀으로 나눠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조직이 현지 경찰의 단속 정보를 빼내 수사망을 피한 정황은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담겼다.

캄보디아 경찰은 일당이 도주한 지 7일이 지나서야 조직원 57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 단속 계획을 알려주던 조력자의 도움으로 A씨와 총책 등 윗선들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후 하위 팀장인 B씨를 통해 현지 이민청에 구금된 조직원들에게 "캄보디아 경찰에 돈 주고 작업할 테니 모두 풀려나면 시아누크빌 소재 사무실로 가서 계속 가담하라"고 전하며 조직원들의 자진 귀국을 만류했다.

한국 경찰은 현지 경찰이 범행 흔적을 지워주는 대가로 금전을 받는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과 함께 일한 조직원 C씨는 "B씨가 현지 경찰에 500달러(약 70만 원)를 건네면 휴대폰을 안전하게 처리해 준다고 공지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가 조직원들의 도주와 증거 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범죄조직은 지난해 4월부터 프놈펜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당국의 단속을 피해 세를 불려나갔다. 단속 조짐이 있으면 사무실을 옮기거나 태국 방콕으로 거점을 옮겼다. 그러면서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사기 수법을 총동원해 한국인 피해자 110명에게 93억여 원을 뜯어냈다.

앞서 인권단체들도 캄보디아 당국의 느슨한 단속을 의심하며 범죄조직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올해 6월 캄보디아 전역의 범죄 단지 53곳 중 33곳이 단속 뒤에도 운영 중이고, 18곳은 단속도 없었다며 현지 경찰의 '보여주기식' 단속을 지적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올해 5월 "만연한 부패 속에서 범죄조직이 정부 관계자·정치인·지역 당국과 결탁해 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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