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장학금 지원에 직원 간 형평성 논란도
한국은행이 직원 개별 동의 없이 매년 40억 원이 넘는 급여를 일괄 공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 행우회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의 2.8% 상당을 매월 회비로 일괄 공제하고 있다. 지난해 행우회 가입자는 2,367명이며 공제액은 약 41억5,700만 원이었다. 올해 1~6월에도 2,352명이 21억8,600만 원을 냈다. 한은 행우회는 1950년 직원 간 친목 도모와 상호부조를 위해 설립됐다. 총재와 부총재가 각각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금융통화위원이 고문으로 참여한다. 직원들은 입행과 동시에 행우회에 가입되며 회비는 경조금, 장학금 등에 사용된다.
문제는 한은 행우회가 직원 개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월급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으로 회비를 충당한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협약을 맺어 공제하고 있기에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 탈퇴자에게 행우회 가입 유지 여부를 묻는 절차가 없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팀·반장 이상 직원과 본부 인사·급여·노무·비서·감사·경영전략·조직관리·예산 담당 직원을 노조 탈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 2,400여 명 중 노조 가입자는 56.1%(약 1,340명)에 불과하다. 44%가량이 별도 동의 없이 행우회에 가입된 채 회비를 내는 셈이다.
아울러 회비가 회원 자녀 대학 입학금·등록금 지원 등에 쓰이면서 자녀가 없는 직원과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퇴직 시 장학회비 미수혜 직원을 대상으로 한 환급 규정이 있지만, 납부 수십 년 뒤에야 회비를 돌려받는 구조에 불만이 적지 않다. 천 의원은 "한은은 근로자 동의 없이 급여를 공제해 온 경위를 명확히 밝히고 행우회 회계 구조와 운영 체계를 즉시 재점검해야 한다"며 "공제 관행 전반을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