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부펀드"… 투명성 문제 지적도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501조 원) 규모 대미투자 패키지를 둘러싸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요구한 대(對)미국 투자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미국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투자로 모인 돈이 의회의 통제를 벗어난 '사실상의 국부펀드'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유력인사와 연관된 곳에 투자금이 잘못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1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양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투자 규모가 각국의 경제 사정 대비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WSJ가 인용한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간 미국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서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지출해야 한다. 5,500억 달러(약 788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이 매년 부담해야 할 금액도 연간 GDP의 4.4%인 1,830억 달러(약 262조 원)에 달한다.
신문은 한일 양국에 비현실적인 투자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대로 양국이 국방비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짚었다. WSJ는 "일본은 GDP의 1.8%를, 한국은 2.3%를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고, 양국은 국방비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의 투자를 약속했다"며 "그들(한국·일본)이 어디서 그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여진 자금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WSJ는 "(미 상무장관인 하워드) 러트닉과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에게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친구가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정치적 압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미국에는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권한을 부여했던 전례도, 동맹국에 자의적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강제로 돈을 거둬 기금을 마련한 전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대통령이 이런 짓을 했다면 공화당은 난리를 치며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라며 "조만간 트럼프 투자 펀드도 동일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며,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