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데몬헌터스가 인기를 휩쓴 뒤 여러 시사점을 던져줬다. 케데헌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의 풍류와 민속 요소를 현대 K팝과 결합해 '혼문'이라는 독창적 세계관을 창조했다는 점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스토리라인과 여러 대중적 요소 그리고 독특한 한국 정체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기획의 힘이 작품의 차별성을 만들었다. 여기에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디지털 유통망과 틱톡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전파된 OST 등이 동원돼 지금의 파급력을 얻을 수 있었다. 기획의 혼과 유통의 힘이 결합했을 때 한국적인 것이 진정한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관광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가장 한국다운 것(Authenticity)이다. 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 속에서 나오는 진정성을 의미한다. 둘째, 가장 사람다운 것(Humanity)이다. 주민이 참여하고 공감하는 인간적 스토리가 필요하다. 셋째, 유통 경로다. 넷플릭스같은 글로벌 채널과의 시너지를 무시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유치와 지방 관광 활성화라는 과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관은 교통망 확충, 지방공항 활성화 등 관광 유통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방향에 필자 또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다만, 왜 그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스토리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교통과 접근성이 편리해도 사람의 발걸음은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외래 관광객의 78.4%가 서울을 방문했고, 2위인 부산은 16.2%에 그쳤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인천·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수도권에만 머문다. 관광객 대다수를 위한 한국의 관광 콘텐츠와 체험 상품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 투자나 일시적인 축제 양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일상성과 문화자본이 결합된 스토리가 필요하다. 교통수단, 인공지능(AI), OTA 플랫폼 등 인프라, 기술과 도구는 관광 활성화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핵심은 '가장 한국다운 매력', 즉 지역의 혼을 발굴하고 전 세계가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환하는 일이다.
문제는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이다. 지방에는 매력적인 유무형 자원이 많지만 이를 글로벌 눈높이로 재해석해 줄 전문 인력과 기획 역량이 부족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수도권에만 머물름으로써 발생된 단순 경제 순환의 논리이지만, 안타깝게도 외국인 관광객 관련 인재들은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한다. 영문 병행 표기 등과 같은 부족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인프라를 설치 하는 것을 넘어, 언어 장벽과 문화 이해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의 혼을 전 세계와 공감하게 하는 인력(人力)이 필요하다.
클룩과 같은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은 전 세계 수천만명의 여행자와 한국을 연결하는 기술의 결정체다. 여기에 한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방공항 투자가 더해지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통로는 더욱 넓어지고 수월해질 것이다.
플랫폼이 아무리 발전하고 지방공항이 아무리 활성화돼도 '혼이 담긴 콘텐츠'가 없다면 관광의 본질적 성장도 없다. 지역의 이야기에 여행의 혼을 더해 세계로 전할 때, 지방 공항은 북적일 것이고 그 지역의 혼은 더욱 빛날 것이다. 그 이야기가 있을 때, 한국은 단기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 james@k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