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타러 한국 온다… 외국인들 필수코스 된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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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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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등산객 증가]
‘K등산’에 빠진 관광객들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국내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탐방객도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 강원도 설악산 권금성을 찾은 외국인들이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 이곳에선 외설악 절경과 동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국립공원공단

22일 오전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외국인이 신흥사를 거쳐 울산바위로 향하는 등반 코스를 오르고 있었다. 폴란드에서 온 나탈리아 소코워프스카(26)씨는 “트래킹을 좋아해 한국 여행 일정 2주 중 4일을 설악산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블로그에서 본 가을 경관이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 문화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탐방객도 늘고 있다. 보통 한나절이면 서울에서 각 지역 국립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어, 트래킹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도심뿐만 아니라 국립공원까지 여행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팔공산을 제외한 전국 22개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 탐방객은 2021년 4만8830명에서 지난해 88만5282명으로 3년 새 약 18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내국인 탐방객은 3590만명에서 4065만명으로 약 13% 늘어났는데, 이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지난해 기준)은 경주국립공원(41만5427명), 설악산(20만3337명), 한라산(12만9705명), 북한산(5만637명) 등의 순이었다.

설악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국립공원공단

외국인들이 국립공원을 즐겨 찾는 이유로는 도심 접근성과 무료 입장, 한국만의 독특한 등산 문화 등이 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시도마다 국립공원을 하나 이상 갖고 있어 접근이 쉽다. 또 가장 큰 지리산(483㎢)의 경우에도 미국 옐로스톤(8983㎢)과 비교하면 규모가 18분의 1 정도여서 짧은 일정으로 방문해도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수월하다.

여기에다 지난 2007년부터 내·외국인 입장료가 모두 폐지돼 교통비만 빼곤 금전적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성인 기준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합쳐 3000원 정도를 내야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립공원들이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입장료를 동일하게 받거나, 외국인에게 더 많은 입장료를 부과하는 것과 대비된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의 경우 자국민 입장료가 30달러 정도지만, 외국인에겐 200달러를 받는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도 자국민(10달러)보다 외국인(35달러) 입장료가 더 비싸다.

/그래픽=이철원

한국인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겐 생경한 등산 문화도 인기 요인이다. 가령, 북한산·설악산·계룡산 등 6개 국립공원에선 탐방객에게 등산 배낭, 등산화, 스틱, 아이젠 등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등산을 마친 후 등산화 먼지 등을 털 수 있도록 구비된 에어건도 신기해한다. 프랑스인 티파니 부샤르(39)씨는 “한국은 국립공원마다 스탬프가 있어서 그걸 모아가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국내 국립공원들이 정상별, 명소별, 대피소별로 등반 난이도를 기재해 코스를 세분화한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 방문이 세 번째라는 싱가포르인 진 첸(50)씨는 “국립공원마다 등반 코스에 난도가 표시돼 있어 동선을 다채롭게 짤 수 있다”며 “대부분 2~3일 정도면 가장 높은 정상도 찍고 내려올 수 있어 산을 정복하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설악산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국립공원공단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통하지 않고 지역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와 국립공원을 찾기도 한다. 양양국제공항은 국제선이 정기 취항하지 않지만, 지난해 중국·몽골 등에서 전세기를 타고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선·춘천·강릉 등 강원 주요 도시와 설악산 등을 찾았다고 한다. 공항 관계자는 “연말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양양으로 오는 전세 항공편을 총 8차례 운항할 예정”이라고 했다.

설악산 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20~30명씩 무리 지어 오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어나고, 10월 들어선 전체 탐방객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일 정도”라며 “특히 외국인의 국적이 점점 다양해지는 걸 보니, 한국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탐방객이 급증하는 만큼, 생태계 보호를 위한 보전 기금 성격으로 최소한의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유명 국립공원들은 외국인에게 받은 입장료를 재원으로 공원 내 훼손지 복원, 멸종 위기종 복원, 지역사회 환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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