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린다” 위기감에… 미국, 다시 우주탐사 ‘나사’ 죈다[Global Focus]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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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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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NASA 주요 프로젝트 부활

내년 2월 유인 달 탐사선 발사
2027년엔 달 남극 조사 나서고
2030년 달 원자로 설치도 추진

中 맞서 우주패권 경쟁 본격화
셧다운·급여미지급 변수 여전
2026년 2월 발사가 예정된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아르테미스 2호’ 유인 우주선이 지난해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나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최종 조립 및 검사 단계에 들어간 모습. 나사·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이후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우려 등으로 위축되던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최근 우주 경쟁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위협에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사는 지난해 중단됐던 ‘바이퍼(VIPER)’ 프로젝트를 부활시켜 2027년 달 남극 탐사를 재개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년 2월 유인 달 탐사선인 ‘아르테미스 2호’도 발사를 시도할 전망이다. 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2035년까지 달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보다 5년 이른 2030년까지 원자로 설치를 목표로 내세우는 등 우주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된 사태로 인해 나사가 부활 동력을 다시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기 출범에 위기 빠진 나사… 구조조정·예산삭감 등 우려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그곳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과학계에선 그의 취임 이후 나사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을 앞세워 정부효율부(DOGE)를 새로운 부처로 설립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예고해왔던 공무원 구조조정 계획이 나사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사 예산을 최대 50% 삭감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지난 2월 나사와 협력하는 미 항공우주기업 보잉이 우주발사시스템 부문에서 약 4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나사뿐 아니라 미국의 민간 우주산업 부문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나사 위기는 미국 내부 요인뿐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더욱 고조됐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04년부터 창어(嫦娥) 프로젝트를 통해 달 탐사 및 탐사선 개발·발사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해에는 창어 6호를 달로 발사해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 샘플을 가져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중국은 내년에는 지진계를 장착한 달 탐사선인 창어 7호를 달로 보내 달의 지진을 연구하고 달 내부를 탐사할 계획이다. 물과 얼음의 존재 증거를 찾는 임무도 있다. 2028년에는 창어 8호를 보내 달 자원 활용 실험을 하는 등의 일정도 세워놨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지난 2021년 달 연구기지(ILRS) 공동 건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달 기지용 원자력발전소를 2035년까지 달에 건설하기로도 합의했다.



◇중국發 위협 고조에 부활 날갯짓… 바이퍼 프로젝트 기사회생·아르테미스 2호 조기 발사·원전 건설 등 각종 우주탐사 박차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 최근 나사는 종료시켰던 프로젝트를 부활시키거나 지연됐던 로켓 발사 등을 앞당기는 등 각종 우주탐사 계획에 황급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나사는 지난해 7월 비용 증가와 여러 차례의 지연 등에 취소했던 달 탐사 로봇 바이퍼 프로젝트를 최근 재개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미국의 민간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과 협력해 2027년 달 착륙을 목표로 프로젝트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나사는 블루 오리진의 무인 달 착륙선 ‘블루문 마크 1’(MK1)을 통해 바이퍼 로봇을 달까지 운반하고, 달에 도착한 바이퍼 로봇은 향후 달 유인 탐사에 필요한 과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또 나사는 우주비행사를 달 궤도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당초 계획이었던 내년 4월보다 2개월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아르테미스 2호는 미국인 3명, 캐나다인 1명으로 구성된 우주 비행사들을 태우고 착륙 없이 달 주위를 돌고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탐사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게 된다. 달 착륙 임무는 2027년 발사되는 아르테미스 3호가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2035년까지 우주인들이 달에서 최대 180일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나사는 중국의 달 원전 건설 계획에 맞서 당초 계획됐던 2035년보다 5년 앞당긴 2030년까지 달에서 최소 100㎾ 용량의 원자로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당 용량은 약 8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계획을 공개한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 겸 나사 국장대행은 “미래의 달 경제를 지원하는 한편 화성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우주에서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이 중요한 기술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나사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사는 앞으로 두 달 안에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부활 신호탄 쏘나 했는데…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美 셧다운 =그러나 이 같은 나사의 부활 시도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사도 연방정부 기관인 만큼 미국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각종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나사 직원들은 셧다운 이후에도 달 탐사 관련 임무를 중단하지 말고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이며, 현재는 무급으로 일하더라도 향후 셧다운이 종료될 경우 종료 시점까지 받지 못했던 급여를 일괄적으로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받았다. 다만 셧다운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사가 진행하는 각종 달 관련 우주 프로젝트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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