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에 맞는 과학적 근거 부재
‘아웃소싱 군대’ 구상, 현실성 떨어져
냉전기 50만 명 틀 벗고 과감한 재설계 필요[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군 병력 50만 명 유지를 선언하며, 현역 35만 명에 민간인력 15만 명을 더하는 ‘아웃소싱 병력 모델’을 제시했다. 인구 감소로 병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왜 50만 명이어야 하는지, 민간 15만 명이 가능한지 등의 근본적 의문은 남는다.
2006년 제정된 ‘국방개혁법’은 2020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후 시점을 2022년으로 늦췄다. 그러나 이 수치가 전력소요나 작전개념을 반영해 도출된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 1999년 ‘국방기본정책서’가 유일한 근거로 거론되지만, 냉전기 전면전 대비 개념에 기초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은 같은 숫자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무인체계, 인구절벽, 북한 전력 재편,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수많은 변수가 생겼지만 병력 기준은 고정돼 있다. 안 장관의 ‘현역 35만·민간 15만’ 구상 역시 정치적 고려에 가깝다. 병력 감축이 ‘군축’으로 비칠 수 있어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병역 자원 급감으로 2050년 상비 병력 규모 예상치는 30만~35만 명 수준이다. 그래서 나머지 15만 명은 민간 위탁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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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군은 전시 지속작전이 핵심임무다. 평시 민간 인력이 전시에 그대로 투입되긴 어렵다. 군무원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시동원령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지휘명령에 따를 법적 강제력도 없고, 매년 신규 채용 4000명에 퇴직자 1400명꼴로 인력 유지도 쉽지 않다. 상근예비역 역시 일정 기간 복무 후 민간 신분으로 복귀한다. 이런 인력을 상비 전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작전 지속성 측면에서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50만 명을 채우는 방안이 아니라 미래의 적정 병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산출하는 일이다. 외국군 사례와의 비교, 중장기 가용 병력자원 수급 전망, 국방예산, 국방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전쟁수행 패러다임의 변화, 안보 환경 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과감한 병력 절감형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전국을 지역방위 명분으로 점유하는 후방부대 구조는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전시 한반도 전장은 다영역전(MDO)으로 전·후방 구분이 모호해졌다. 이들 병력을 줄이고 교육·보급·기동 중심의 예비·지원부대로 전환하는 과감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공군 전투비행단 숫자와 해군 전투함정 전력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국방의 인식은 ‘병력유지형 국방’이 아니라 ‘임무기반형 국방’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곧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행정화 된 비대한 군대가 아닌 군의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