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감는 실험 성공
3년 걸릴 계산 2시간 만에
분자구조 분석·신약개발 등
현실 응용 가능성 제시해
구글이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이 불가능한 물리 현상을 양자컴퓨터로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컴퓨터 경쟁의 초점이 '계산 속도'에서 벗어나 실제 과학과 산업의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실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인 미셸 드보레 구글 양자 인공지능(AI) 수석과학자(UC버클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구글의 양자칩 '윌로'로 '시간 역전' 실험을 수행해 슈퍼컴퓨터로 3년여가 걸리는 계산을 단 2시간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22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구글 연구진은 자사가 개발한 차세대 양자칩 윌로를 이용해 시간 역전 실험을 수행했다. 이는 퍼져 나간 양자 정보를 되감아 원래 상태로 복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양자칩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는 서로 얽혀 있어서 한 큐비트에 정보를 입력하면 곧바로 다른 큐비트로 퍼져 나간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역으로 돌려서 정보가 얼마나 정확히 되돌아올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마치 연못에 던진 돌로 생긴 물결을 거꾸로 되감아 중앙으로 모으는 것과 같다. 이정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시간의 흐름을 계산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연산이 필요해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흩어졌던 양자 정보가 특정 시점에 다시 한 지점으로 모이는 '양자 간섭효과'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고전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조차 어려웠던 현상으로, 이를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이 과정을 슈퍼컴퓨터로 계산하려면 약 37경번에 달하는 연산이 필요해 3년 이상 걸린다"며 "윌로는 2시간 만에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자컴퓨터가 빠른 계산기를 넘어서 새로운 물리학 실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번 논문에서 개발한 측정 기법을 활용해 양자컴퓨터를 신약개발 등 생명과학, 화학 연구에 응용하는 후속 연구도 발표했다. 출판 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공개된 이 논문은 분자 구조를 파악하는 핵자기공명(NMR) 기술과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실험을 담았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