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늘 있어왔는데
청소년 두려움 갈수록 심각
인류는 원인 파악후 대처중
화석연료 펑펑쓰던 미국도
재생에너지 발전, 원자력 추월
각종 과학관 관장만 12년
"미래세대에 희망 주고파"
과학관 관장만 12년 한 남자, 미래 세대가 궁금한 과학기술을 가르쳐온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에게 '당연한 것'이란 없다. 평생 '왜 그럴까'라는 질문과 살아온 그에게는 기후변화 위기 역시 당연하지 않았다. 모두가 위기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 전 관장이 보기에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인류가 기후변화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이다.
털보 관장이자 과학 통역자로 유명한 이 전 관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인류는 기후변화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며 "이미 기후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미래 세대다. 기후 우울증은 2017년 미국심리학회가 정의한 우울장애의 일종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론이 지속되자 아이들이 두려움과 불안, 무력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전 관장은 "아이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너무 겁먹고 있다"며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관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항상 지구와 함께해왔고 때론 종의 멸종을 이끌었다. 한 종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슬픈 일일 수 있으나 이는 또 다른 종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른바 '찬란한 멸종'이다. 이 전 관장은 "멸종을 통해 새로운 종의 시작, 진화가 일어난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기후변화는 지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후변화 멸종의 칼날이 인류를 겨누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전의 멸종과 다른 점은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 전 관장은 "과거의 기후변화가 1만년 동안 4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정도라면, 지금의 기후변화는 100년 동안 1도가 오른 수준"이라며 "이는 모두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인간만 변화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란 게 그의 지론이다.
변화 방법도 간단하다.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에너지 전환'이다. 이 전 관장은 "에너지 전환 속도를 보면 기존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2023년을 기점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원자력 발전량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좋지만 비싸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신재생에너지가 제일 싼 에너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지금의 기후변화 위기는 '의지'의 문제로 초래됐다고 봤다. 이 전 관장은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과학기술을 사용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우리는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비관료 출신의 첫 민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퇴임한 뒤 현재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개인 사무실 이름은 자신의 별명을 딴 '펭귄각종과학관'으로 지었다. 그래서 지금 직함은 펭귄각종과학관장이다. 그는 "과학과 여행을 묶는 유튜버 활동, 과학관 전문 해설가인 '도슨트' 활동도 할 것"이라며 "평생 과학관장으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