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순위 청약경쟁률 2년만에 최저
‘인기단지는 현금부자 몫’ 심화 전망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세 차례 정부 대책이 이어지면서 청약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지비·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 대출은 더 힘들어졌다. ‘빚내서 집 산다’는 인식이 굳건한 상황에서 청약을 노리던 무주택자들 일부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청약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약통장 해지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22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7.78대 1로 집계됐다. 2023년 9월(7.0대 1) 이후 2년 만의 최저치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온 서울도 지난달엔 83.88대 1로 지난해 7월(90.07대 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의 여파 영향으로 분석된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면 신청자 입장에서는 당첨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게 된다.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 자체는 수요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청약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잖게 펼쳐지며 경쟁률 저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약시장이 위축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커진다.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것도 청약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난 1년간 서울의 3.3㎡(평)당 분양가는 4551만1000원이었다. 이를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약 15억4737만원이다. 10·15 대책으로 최소 현금이 12억원은 있어야 ‘서울 내 국민 평형 분양’이 가능해진다.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며 청약의 문은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고 다르지 않다. 분양가 상한을 구성하는 4가지 항목 중 하나인 기본형건축비만 해도 3년 전보다 14.2%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를 보면 2022년 9월 기준 ㎡당 190만4000원에서 올해 9월 217만4000원으로 27만원이 인상됐다. 여기에 택지비와 택지 가산비, 건축 가산비가 더해지면 분양가는 더 오른다.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울의 인기 단지들은 더욱 ‘현금 부자만의 리그’가 될 전망이다.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가 이를 주도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될 ‘래미안 트리니원’은 전용 59㎡와 84㎡의 예상 분양가가 각각 21억원, 28억원으로 추산된다.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전용 59㎡의 분양가가 20억원 선으로 예상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현금만 10억원 이상 필요했던 ‘잠실르엘’ 청약 당시 1순위 청약에 7만여명이 몰렸다. 자금력 있는 무주택 수요자가 상당하다는 얘기”라며 “평범한 무주택 서민의 서울 청약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인기 단지 청약에 지원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