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내 계좌만 파랗네”… 반도체 안 담은 개미들 소외감

이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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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순매수 톱10 중 절반이 손실
10개 중 시장 이긴 종목은 2개뿐
추가 상승 불신·덜 오른 종목 투자
통신주·코스닥 바이오 매수 패착

코스피가 22일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투자 성적을 낸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대형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상승장의 온기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주도의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불신과 덜 오른 종목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9월 1일~10월 22일)까지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손실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2% 넘게 올랐지만 시장 수익률을 이긴 종목은 2개에 그쳤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반도체나 반도체 장비주를 계좌에 담지 않고 대신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통신주나 코스닥 바이오 등을 담은 것이 패착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다. 총 5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2.56% 손실을 내고 있어 오히려 원금을 갉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코스피 대형주이지만 인공지능(AI)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주도주 반열에서 밀려났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이다. 4100억원 규모 순매수했지만 이 기간 수익률은 2.96%에 그쳐 상승장 체감이 어려운 형편이다. 바이오는 금리 인하 대표 수혜 업종이지만 반도체에 쏠린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개인들은 시장 관심에 벗어나 있는 통신주 SK텔레콤(0.74%)과 항공주 대한항공(-4.21%)도 각각 2000억원이상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두 종목 모두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에서 많이 거론되는 종목 상당수가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추가 상승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투자 판단을 방해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 주도주 중심의 상승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라며 “대신 덜 오른 종목에 투자하거나 미국 주식으로 수익을 내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코스피 하락에 배로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 2X’를 1조8794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수익률은 -67.87%다.

상승에 베팅했더라도 단기 매매로 접근했다면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극심해져서다. 전날 코스피는 장 초반 2.05%까지 상승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 0.08%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오전에 샀다면 오후 손실로 마감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도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6% 오른 3883.68에 마감해 ‘사천피’까지 116.32포인트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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