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도 제 역할 못하고 표류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의원의 윤리 강령 준수 감시 등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11건의 역대 최다 안건이 상정돼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윤리특위를 개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 같은 유명무실 윤리특위 논란은 의원들이 정당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동료에 대한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는 맹점에 더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외부 조직, 자문위마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도의회 윤리특위에 상정돼 결론을 내지 못한 안건은 총 11건이다. 현행 경기도의회 윤리특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7조에는 징계요구안 회부일로부터 14일 이내 위원회 회의, 지체 없는 자문위 자문 요청, 자문 요청 후 21일 이내 자문 회신, 징계요구안 회부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심사 종료 등 세부적인 시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윤리특위에 회부된 징계요구안 11건은 모두 ‘3개월 이내 심사 종료’ 규칙을 위반했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정한 시한을 넘기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윤리특위에 참여했던 일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 자문위가 보낸 자문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징계수위를 정하는 게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사실상 자문위가 의원의 품위유지 위반 등 징계사유 발생 시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자문위 역시 현행 규정상 제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
현재 윤리특위 관련 규칙에는 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 여부 및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 ‘자문위의 의견을 들여야 한다’거나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의원이 아닌 외부 인물로 꾸려진 자문위가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징계수위를 정하더라도 의원들이 이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자문위가 의견을 내고 난 뒤 지금처럼 윤리특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때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다.
여기에 자문위의 구성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관련 규칙에는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자문위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7명인 자문위 중 절반가량은 교섭단체나 의장 등이 추천하는 인물로 임명돼 정치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자문위원을 지낸 한 외부 인사는 “자문위가 제 역할을 하고 도민의 눈높이에 맞춘 징계를 하도록 하려면 외부의 전문가 조직을 제대로 구성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자문위가 의견을 내놨음에도 차일피일 회의 조차 열지 않는데도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규칙을 지켜 분야별 전문가로 자문위를 구성하고 의견을 바탕으로 징계수위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며 “윤리특위가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도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