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했던 신도시, 마을주민 모여 사람 향기…” 김현경 하남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대표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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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원들은 지난 2023년 장애인 복지관과 커피농원에서 도시농업 수업을 진행했다.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제공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공간에 들어서면 고소한 커피 향이 방문객을 반긴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하남시 1호 ‘마을 카페’인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카페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이주민으로 한때 삭막했던 신도시 분위기를 따뜻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주민들은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다. 국내 몇 없는 ‘국내산 커피 생산지’라는 마을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와 수익까지 창출하며 지역 공동체의 선도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현경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대표(50)가 있다. 그는 2017년부터 골든센트로(28단지) 마을공동체회장직을 맡으며 공동체를 이끌어왔다.

“주민들이 마을을 ‘고향’처럼 느끼길 바랐습니다.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라 푸근하고 편안한 삶의 터전이 되길 꿈꿨죠.”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원들은 지난 2022년 커피를 포함한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했다.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제공

미사동은 신도시 특성상 외부 이주민이 많아 정주의식이 약했다. 김 대표 역시 2015년 이곳에 처음 둥지를 틀었다. 1천500가구, 거주자 5천 명이 넘는 대규모 단지에서 처음엔 낯섦과 불신이 뒤섞였지만, 얼굴을 알고 지내면서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다. 이 경험은 공동체의 출발점이 됐다.

김 대표와 일부 주민은 ‘마을 공동체’ 사업에 도전했고,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정’이 퍼졌다. 마을 도서관,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마을 카페 등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하며 시설을 확충하고 환경을 개선했다. 현재 40여 명의 주민이 각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외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와 성별이 봉사로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공의 비결로 ‘가볍고 꾸준한 참여’를 꼽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카페에 들러 커피를 내리거나 청소를 돕는다. 무겁지 않은 책임감이 지속성을 높였다. 이웃은 손님이 되고 손님은 운영진이 되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커피 향이 퍼지는 공간은 이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따뜻한 난로가 됐다.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원들은 지난 2023년 도시재생센터와 함께 ‘하다축제’에 참여했다.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제공

김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공로로 2018년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상, 하남시장 표창장, 2023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동체 활동은 마을을 알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카페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은 미사섬 국내산 커피농장을 알게 됐고,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제품화에 나섰다. 5인의 주부로 시작한 사회적 기업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은 2021년 경기도에서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4년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원두·드립백 판매, 케이터링, 교육사업까지 운영하며 하남의 대표 마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익도 생겼다. 마을 카페 4곳을 운영하며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교육사업을 서울 장애인복지관과 평생학습관으로 확장했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마을에서 배운 커피 기술이 경력 단절 여성과 시니어 세대의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는 점이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이들의 재취업도 적극 돕는다. 하남시에 다시 공헌을 하기 위해 물품 지원 및 학교 밖 청소년이나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취미 활동), 축제 등에서 재능기부 겸 봉사활동으로 체험부스 운영에도 나선다.

김현경 미사동커피공동체협동조합 대표. 본인 제공

“결혼과 육아로 멈췄던 제 시간이 봉사와 배움으로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배운 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저도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도 주민들에게도 이곳은 더 이상 잠깐 머무는 신도시가 아니다. 그는 “우리만이 아니라 하남시 곳곳에 이런 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한다”며 “다른 마을에 긍정적인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커피 향으로 피어난 공동체는 주민들의 ‘남은 생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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