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91.8% “과거比 문해력 저하”
#1. 수원 행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의 대부분이 MZ 세대다. 그런데 이들에게 화장실을 ‘좌측’이라고 안내하면 엉뚱한 쪽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결국 그는 표현을 ‘왼쪽’으로 바꿨고, 그제야 혼선이 줄었다.
#2. 성남 판교의 한 식당에서 근무했던 B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결제시 “영수증 하단을 참조하세요”라고 안내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앞뒷면을 뒤적이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해력이 떨어진 건지, 한자 단어가 낯선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30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기초 단어를 이해 못 하는 ‘문해력 논란’이 여전히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성인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벌어진 해프닝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회사 후배가 ‘쾌청하다’의 뜻을 몰라 알려주려다, 되레 “한자를 잘 아신다. 조선족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남성의 사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도내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육은 사고력 위주 활동이 대부분이고, 어휘 부분이 많이 축소됐다.
이로 인해 고학년인데도 문제에 나온 설명을 읽지도 않고 교사에게 먼저 질문하는 경우가 흔했다. 또, 학생들이 독서 시간에 글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에 사용되는 영상만 보는 경우도 많았다.
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똑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는 실제 수치가 뒷받침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교원 5천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8%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저하됐다”고 답하며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문해력 부족으로 난감했던 사례로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함’,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 못 하는 친구가 90퍼센트’ 등이 나왔다.
저하 원인으로는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이 1순위로 꼽혔고,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순이다.
또 다른 교사는 “우리가 쓰는 국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인데, 예전과는 다른 교육 과정 운영에 따라 한자 교육이 줄어들다 보니 한자어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