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韓이 대만보다 2만 달러 적어"
수십년간 대만 앞지른 적 없어
명목 GDP 따라잡힐 우려보다
물가 잡아 국민 생활 개선 필요
한국인이 '실생활에서 느끼는(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대만보다 연간 2만 달러가량 낮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9월 올해 명목 기준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충격을 줬는데, 실제로는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이미 오랫동안 대만을 밑돌았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구매력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를 6만5080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6만2885달러)보다 3.5% 늘어난 수치다.
IMF가 매년 두차례 추산하는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국가 간의 생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거다.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의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물가 수준이 낮으면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IMF 보고서에서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1980년 2200달러에서 1990년 7741달러, 2000년 1만7432달러, 2010년 3만2202달러, 2020년 4만7881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세계 35위 수준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IMF는 대만의 올해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를 8만5127달러로 전망했다. 한국보다 2만47달러 높다. 주목할 건 대만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1980년 3214달러, 1990년 9534달러, 2000년 2만463달러, 2010년 3만6619달러, 2020년 5만7996달러로 지금까지 줄곧 한국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세계 순위는 미국(8만9599달러·11위)에 이은 12위로, 한국보다 23계단 위였다. 특히 올해 명목 기준 1인당 GDP에서도 대만(3만7827달러)은 2003년 이후 처음 한국(3만5962달러)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민의 실제 생활 수준이 이처럼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물가 수준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9월말 평균 1.7%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5.3%)보다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물가 상승률(2.18%)보다도 안정적이다. IB들이 제시한 2026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평균 1.5%다.
반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만보다 훨씬 높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만 봐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였다. 하지만 대만은 2021년 1.97%, 2022년 2.95%, 2023년 2.49%, 2024년 2.18%를 기록했다. 명목 기준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보다 낮아지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물가부터 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라면서 "정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물가 안정을 통해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를 개선할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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