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와 집값의 함수 2편
보유세 높이면 미래가치↑ 현재가격↓
신축 공급대책, 8년간 호재로 가격↑
중국 보유세 시범도입한 두 도시
집값, 상하이 15%↓ 충칭 12%↑
최고세율↓ 과세범위 넓혀야 하락
자산 많고 현금 적으면 가처분소득↓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 무시 못해# 우리는 보유세와 집값의 함수 1편에서 공급자(건설업자)의 탐욕이 통제를 벗어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발생하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한 과정을 짚어봤다.
# 긴축 시기에 통화량을 줄이지 못하면서 자산 가격 급등→주택 매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는 한국식 물가지수가 수요자의 탐욕과 공포를 자극→안정적인 자산인 서울 일부 아파트 가격 급등이란 악순환이 형성되자 정부가 기존의 수요 억제 대신 보유세 인상으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바꾼 과정도 알아봤다. 2편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위한 진짜 공급은 무엇이고, 보유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과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 보유세로 조절하는 진짜 공급=보유세와 집값의 함수 1편에서 언급했듯 정부의 신축 공급대책은 시중에 매물로 나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기까지 8년이나 걸리고, 이 기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짜 공급'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진짜 공급'은 신축 분양이 아니라 기존 주택의 매물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주택 공급은 주택 재산세의 조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부동산의 가격은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합이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인상하면 주택을 소유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미래가치를 높여서 현재 거래가격이 하락한다. 쉽게 말해서 보유세를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대거 집을 팔려고 내놓고, 이 공급량이 주택 수요보다 많다면, 집값은 큰 폭으로 내린다는 얘기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11월 '재산세 인상으로 주택 구매력이 높아지는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높은 재산세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유인책이고, 낮은 재산세는 매물을 거두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0.8%인 캘리포니아 재산세율을 텍사스의 2.0% 수준으로 인상하면, 캘리포니아 주택 가격은 18.0%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청년층 주거 사다리에도 도움이 됐다. 보유세 1.2%포인트 상승으로 캘리포니아의 주택 소유율이 4.6% 증가하는 동안 25~44세 주택 소유자는 7.4%나 증가했다(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조슈아 코벤, 압둘라예 은디아예 논문).
■ 충칭과 상하이의 보유세 실험=중국은 2005~2009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3배 이상 증가하자 2011년 1월 시범적으로 상하이上海와 충칭重慶 두 도시에 주택 재산세(보유세)를 도입했다. 그 결과, 상하이의 그해 주택 평균 가격은 11~15% 떨어졌지만, 충칭에서는 되레 10~12% 높아졌다(2014년 '재산세와 주택가격: 두 도시 이야기', 2022년 '중국 재산세와 경제성장 패턴' 논문 등).
두 도시의 차이는 보유세의 적용 범위와 세율에 있었다. 상하이의 재산세율은 0.4~0.6%였고, 충칭은 0.5~1.2%였다. 상하이는 면적 기준으로 60㎡ 이상 주택에 모두 보유세를 부과하되 납부 세액의 70%를 할인해서 내도록 했다. 하지만 충칭은 신규 매매의 경우 100㎡ 이상, 기존 보유 주택은 180㎡ 이상 고가인 경우에만 보유세를 부과했고, 세액 할인은 없었다.
충칭의 주택 가격이 보유세 부과로 오른 것은 풍선효과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칭 사람들은 넓은 고가 주택에 상대적으로 고율의 보유세가 부과되자 일반 주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충칭시는 보유세를 도입한 후 3개월이 지나자 100㎡ 미만 저가 주택 거래량이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보유세 부과 대상을 최대한 넓히고, 최고세율은 낮춘 상하이에서는 충칭과 같은 저가 주택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 결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중국의 보유세 시범 사업은 2013년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첫째 이유는 도시와 전국, 신축과 구축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전국 주거용 부동산의 실거래 가격 지수는 2021년 3분기 112.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한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2025년 2분기 현재 90.67로 20년 전인 2005년 4분기 수준(89.73)까지 급락했다(국제결제은행·2010년=100).
하지만 대도시 상하이의 평균 주택 거래 가격은 올해 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8% 이상 올랐다. 특히 상하이 내에서도 신축 주택의 가격이 10% 이상 상승하는 동안 구축 가격은 5%대 상승에 그쳤다.
둘째, 대도시 자산의 가격 수준은 오르는데, 가처분소득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자산은 있어도, 현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충칭의 경우 2019년 기준 보유세 최고세율 1.2%를 적용받는 주택 소유주는 대도시 거주자 평균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보유세로 내야 했다(이코노미스트).
마지막으로 중국은 보유세 부과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신경 쓰고 있다. 주택 가격도 상품의 가격인 만큼,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노출된 중국으로서는 상하이식 주택 가격 하락 안정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노동 집약적인 건설이 물가를 끌어올려 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계산에서다.
보유세의 조절이 궁극적으로 진짜 공급을 유도해 집값에 즉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주택 보유세 인상의 다양한 측면을 얼마나 많이 검토했을까. 정부가 슬쩍 꺼내든 보유세 인상론이 단순히 서울 집값을 잡으려는 으름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깊이 있는 다양한 얘기들이 순차적으로 나와야 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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