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홈플러스… 말만 하고 결과 못 내는 M&A 기술자들 [분석+]

이지원 기자
입력
수정 2025.10.20. 오후 6:0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스쿠프 마켓분석
용어설명으로 본 홈플러스 사태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3달 넘게 새 주인 나타나지 않아
국감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
경영 개입 안 해… 무책임한 태도
불안감 커지는 홈플 노동자들
세일앤드리스백, 인가 전 M&A, 스토킹호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홈플러스처럼 M&A 절차가 복잡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인지 홈플러스의 현주소가 어떤지 가늠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더스쿠프가 홈플러스 사태를 '용어설명' 방식을 통해 쉽게 풀어봤습니다. 홈플러스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홈플러스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회생 절차는 제게 권한이 없습니다.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닙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발언입니다.

김 회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해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M&A(매각)가 성사되는 것만이 홈플러스가 살 수 있는 길이니 도와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을 늘어놔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죠. 

그만큼 홈플러스 사태는 점입가경입니다. 10월 31일까지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 점주 등 2만여명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지만 M&A 과정이 불투명하고 복잡해 미래를 점치기 힘듭니다. 복합한 홈플러스의 상황을 용어 설명을 통해 쉽게 풀어봤습니다.  

■ 세일앤드리스백 패착 =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 back)'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공교롭게도 홈플러스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했죠.

세일앤드리스백이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부동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사업에 재투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임대료 부담이 증가하고, 추후 임대료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홈플러스는 이런 부작용을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임대료 부담→투자 여력 부족→본업 경쟁력 약화→실적 악화→신용등급 하락→기업회생 절차'란 악순환의 늪에 빠졌습니다. 홈플러스는 세일앤드리스백을 추진하면서 주요 알짜 점포를 매각했고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 141개이던 홈플러스 점포는 현재 126개로 10.0%나 줄었고, 2019년 7조3001억원이던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6조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참고: 홈플러스는 지난 8월 임대인과 임대료 조정 합의에 실패한 15개 점포의 폐점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사진|뉴시스]


그 사이 임대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리스부채는 4조9179억원에 달했고, 연간 부담해야 할 임대료는 4000억원에 육박했죠. 그 결과, 올해 2월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고, 이후 홈플러스는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D'로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입니다. 

■ 인가 전 M&A 추진 = 당연히 "MBK파트너스의 전략적 패착이 홈플러스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결국 홈플러스는 지난 6월 20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ㆍ합병(M&A)'을 선언했습니다.

인가 전 M&A는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신주新株을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는 '제로'가 되기 때문에 회사엔 새로운 자금이 들어올 수 있죠.  좀 더 쉽게 설명해볼까요. 인가 전 M&A를 실시할 경우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홈플러스의 지분가치 2조5000억원이 무상소각되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경영권을 잃습니다.

MBK파트너스 측은 인가 전 M&A 계획을 두고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홈플러스는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한다… MBK는 경영권 등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 실패로 끝난 스토킹호스 = 중요한 건 결과입니다. 홈플러스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인가 전 MA&를 추진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스토킹호스란 사냥꾼이 말 뒤에 숨어 사냥감을 쫓는 방식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매각할 때 택하는 방식이죠. 우선협상대상자(스토킹호스)를 미리 정해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조건부 M&A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GS리테일ㆍ쿠팡ㆍ네이버ㆍ알리익스프레스ㆍ이마트 등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 기업은 없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의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유통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에 수조원(홈플러스 청산가치 3조6816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죠. 

■ 공개경쟁입찰 시작 = 결국 홈플러스는 지난 2일 기존 스토킹호스 방식을 접고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개경쟁입찰은 여러 입찰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홈플러스는 매각 주관사 삼일PwC(삼일회계법인)를 통해 오는 31일까지 인수의향서(LOl)를 접수받습니다. 인수의향자가 나타날 경우 11월 3~21일 예비실사를 하고 26일 본입찰을 진행합니다. 지금부터 한달여가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늠할 중요한 시기라는 겁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오른쪽)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사진 | 뉴시스]


만약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언급했듯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정무위 국감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비난에 처음부터 청산 절차를 밟을 순 없으니 인가 전 M&A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인수 협상자가 없었다"면서 "마지막 기한이 되면 결국 M&A가 안 된다며 청산 절차로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잠재적 인수후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가 전 M&A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누가 홈플러스 인수에 나설까요. 홈플러스는 구사일생할 수 있을까요. 시계추는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