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90만원 버는 캥거루족 은하씨의 홀로서기 [매콤짭짤 솔로이코노미]

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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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솔로이코노미
20대 캥거루족 재무설계
돈 관리 부모에게 맡겨
그 결과 저금리 적금에 '올인'
엇갈린 경제관념으로 고민
적금 비중 낮추고 상품 늘려야
사회초년생 중에선 부모님에게 돈 관리를 맡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캥거루족'이 숱하다는 건데, 젊을수록 스스로 씀씀이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문제는 부모에게 영원히 의지할 순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직장인 나은하(가명·24)씨가 그렇다.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벅차기만 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할 때엔 경제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상담하다 보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꽤 오래됐는데도 좀처럼 목돈을 모으지 못하는 젊은층을 종종 만난다. 개중엔 월초부터 월급이 동나는 '월급고개'를 겪는 이들도 있다. 돈 관리 경험이 적어 새나가는 돈이 많고, 혼자선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사회초년생의 금전관리 문제는 취업 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알바생'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의 2023년 8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77.1%가 '다음달 급여를 받기 전에 알바비를 모두 소진한다'고 답했다.

급여를 모두 소진하는 시기는 평균 20.7일이었다. 사회초년생 중에선 부모에게 돈 관리를 맡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급여를 탕진하는 걸 막기 위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거다.

2년차 중소기업 직장인 나은하(가명·24)씨도 부모님이 월급관리를 도와준다. 일례로, 은하씨는 적지 않은 돈을 매달 적금에 붓고 있다. '적금이 최고'라는 부모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정해진 생활비 내에서만 소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모님은 은하씨의 통신비와 보장성보험을 대신 내주고 있다.

그러던 중 은하씨는 최근 '직접 월급을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펀드로 돈을 불려 나가는 지인들을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다. 은하씨는 "부모님 덕분에 과소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건 감사한 일이다"면서도 "적금만 부어서 언제 큰돈을 모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관건은 은하씨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월급을 잘 관리할 수 있느냐인데, 그는 좀처럼 확신하지 못했다. "평생직장이 없는 요즘 시대엔 잘 버는 것만큼이나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제가 부모님 도움 없이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과연 그는 부모님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먼저 은하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급여는 월 290만원, 상여금은 연간 380만원이다.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경기도로 올라온 은하씨는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월세 보증금 7000만원은 부모님이 지원해줬다. 월세와 공과금은 매월 55만원씩 빠져나간다. 끼니를 회사에서 해결할 때가 많아서인지 식비는 40만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교통비 10만원, 모임비·여가비 등 문화생활비 명목으로 25만원을 쓰고 있다.



부모님 용돈·쇼핑·휴가비·카드 연회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은 연간 480만원이다. 월평균 40만원씩 지출하는 셈이다. 모두 합하면 소비성지출은 총 170만원이다. 금융상품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10만원씩 붓고 있다. 학자금대출이자는 매달 7만원이다.

언급했듯 은하씨는 시중은행 적금상품에 매월 100만원씩 투자하고 있다. 총 117만원이다. 지출과 금융상품을 모두 합하면 287만원. 남은 3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고 있다.

은하씨의 재무목표는 뚜렷한 편이다. 5년 안에 전세자금을 일부 마련하고, 결혼자금 1500만원도 만드는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수년 내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한다.

Q2 문제점

은하씨 가계부의 첫번째 문제점은 1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적금 하나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금은 단기적으론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은하씨가 가입한 적금의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낮다는 게 문제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장기적금만을 고수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저축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급여의 40~50%는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 좋다. 월급이 290만원인 은하씨의 경우, 매월 116만~145만원씩 모아야 하는 셈이지만, 지금은 적금에 청약을 더해도 110만원(37.9%)에 머물러 있다. 

Q3 해결점 

문제점을 파악했으니 이제 해결할 일만 남았다. 그러려면 은하씨가 주도적으로 가계부를 꾸려나가야 한다. 재무구조를 바꿀 때마다 부모님과 상의할 순 없는 일이라서다. 은하씨는 긴 고민 끝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은하씨는 먼저 통장에 모아두던 상여금(연 380만원)을 모두 활용해 비정기지출(연 480만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면 월급에서 부담하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100만원(480만원-38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에 따라 월평균 비정기지출은 40만원에서 8만원으로 32만원 절감했다.

필자는 은하씨에게 모임비·여가비 등으로 쓰는 문화생활비도 25만원에서 20만원으로 5만원 줄이라고 조언했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장기적금 규모는 100만원에서 40만원으로 60만원 줄였다.



여기까지 모두 계산해 보니 은하씨가 지출 줄이기를 통해 확보한 여유자금은 97만원(비정기지출 32만원+문화생활비 5만원+적금 60만원)이었다. 여기에 기존 잉여자금 3만원을 더하면 총 100만원이다.

이 돈으로 은하씨의 금융상품을 재구성했다. 은하씨의 두가지 재무목표 기한이 모두 5년 이내이므로, 조금 공격적으로 재테크를 꾸릴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은하씨는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단기펀드상품(32만원)을 2개 만들어 16만원씩 나눠 납입하기로 했다.

향후 돈이 필요해 펀드를 해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중장기펀드엔 40만원씩 납입하고, 비상금 용도로는 CMA통장에 20만원씩 저축하도록 했다. 총 92만원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독립을 위해 은하씨는 남은 8만원을 부모님이 내주던 통신비(3만원)와 보장성보험(5만원)을 추가하는 데 썼다. 

이로써 은하씨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적금 일색이던 포트폴리오를 펀드와 CMA통장으로 다채롭게 구성했고, 월급 대비 저축 비중도 좀 더 끌어올렸다. 이제 남은 건 은하씨가 '완전한 독립'을 꾀하는 거다. 그의 바람대로 가계부를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을까.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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