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도전했던 모토로라
가성비로 삼전 꺾고 2위 안착
기세 몰아 슬림폰에도 진출
가성비보단 기술력이 관건
흥행 열풍 계속 이어갈까폴더블폰 시장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모토로라가 '선구자'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가성비를 앞세운 신제품이 저렴한 폴더블폰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한 결과다. 기세를 몰아 모토로라는 '얇은 스마트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과연 모토로라는 '피처폰의 제왕'이란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1'로 폴더블폰 시장의 지평을 열었던 2019년. '의외의 경쟁자'가 이 무대에 뒤따라 올랐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피처폰 '레이저(RAZR)'로 2000년대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았던 바로 그 기업, 모토로라였다.
폴더블폰으로 부활을 노린 모토로라의 첫걸음은 신통치 않았다. 레이저의 디자인을 살린 폴더블폰 '모토로라 레이저'로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흥행'으로 잇진 못했다. 비싼 가격을 충족하지 못한 성능이 발목을 잡았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25년, 모토로라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에도 답은 '의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토로라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2024년 2분기 14.0%에서 올해 2분기 28.0%로 껑충 뛰어올랐다. 화웨이(45.0%)에 이은 2위로, 같은 기간 점유율이 21.9%에서 9.0%로 쪼그라든 삼성전자를 보란 듯이 압도했다.
모토로라의 약진은 4월 출시한 신제품 '레이저60'이 소비자에게 큰 호평을 받은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 제품의 강점은 뛰어난 가성비였다. 출시 당시 기본 모델 가격이 699달러(약 99만원)로 삼성전자가 7월 출시한 갤럭시Z플립7(1099달러·약 157만원)보다 400달러 저렴했다.
스펙도 매력적이었다. 티타늄 강화 힌지(일종의 경첩·hinge)를 적용해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을 전작 대비 35% 높였고, 방수·방진 인증 등급 'IP48'을 획득해 이물질 오염과 침수를 최소화했다. 높은 사양을 원하는 고객층의 니즈도 충족했다. 최고 사양 모델인 '레이저60 울트라(1299달러)'엔 반도체 개발업체인 퀄컴의 최고 성능 칩셋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했다.
레이저60은 특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플립형(세로로 접는 타입) 폴더블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는 78.0%의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22.0%)를 따돌리고 1위에 등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모토로라의 최신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미국 내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세를 몰아 모토로라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슬림폰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9월 29일 SNS 계정을 통해 공개한 슬림폰 '엣지70'이다. 스펙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제품의 두께는 6㎜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슬림폰 '갤럭시S25 엣지(5.8㎜)'와 애플의 '아이폰 에어(5.6㎜)'보다 조금 두껍다. 모토로라는 10월 말 중국에서 엣지70을 우선 출시하고, 11월 5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관건은 모토로라가 폴더블폰에 이어 슬림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느냐다.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슬림폰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력'이다.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면서도 두께를 줄이는 설계 역량, 발열을 잡는 열 관리 기술, 부품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 기술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얇은 폰이라도 사용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가성비가 장점인 모토로라가 고사양을 지향하는 삼성전자나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업계 평가도 엇갈린다. IT매체 테크 스퓨딧(Tech sputit)은 지난 12일 레이저60을 리뷰한 기사에서 "슬림판 외형과 깔끔한 소프트웨어, 균형 잡힌 기능 구성을 갖춘 중급 스마트폰이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신 고급형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들은 '점진적 개선'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전작 대비 얇은 디자인과 향상된 카메라 기술은 매력적이지만, 배터리나 성능 면에선 스마트폰을 바꿀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모토로라의 브랜드 인지도가 이전 같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폴더블폰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과 비견할 정도는 아니다. 폴더블폰을 넘어서면 모토로라의 허약한 입지가 금세 드러난다.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20.0%, 16.0%를 기록한 반면, 모토로라는 '기타(34.0%)'로 분류됐다. 별도로 집계하지 못할 정도로 점유율이 미미하단 거다. 이런 상황에서 모토로라는 슬림폰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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