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상반기 흑자 전환 성공
사모펀드 체제 1년 만의 성과
대출 없이 남양 인수한 한앤코
흑자 전환 후 인수금융 조달 추진
전형적인 투자금 회수 전략…
남양유업 차입금 부담 커질 우려
#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을 인수할 때 자기자본을 썼다.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다른 사모펀드와는 분명 다른 길이었다. 새 선장을 만난 남양유업이 위기의 늪에서 금세 빠져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 배경이다.
# 그런 한앤컴퍼니가 최근 투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엑시트 전략이 사모펀드가 늘 써오던 것이란 점이다. 한앤컴퍼니는 결국 사모펀드의 길을 걸어갈까.
한때 유업계 1~2위를 다퉜지만 긴 부진의 늪에 빠졌던 '남양유업'. 이 말 많고 탈 많던 회사가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영업이익 10억원)에 성공했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거머쥔 지 1년여 만의 성과다.
[※참고: 한앤컴퍼니는 2021년 5월 남양유업의 창업주 2세인 홍원식 전 회장과 주식양수도(SPA)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기나긴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체제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모펀드의 '매직'이 통한 결과일까. 살펴볼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남양유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4477억원으로 전년 동기(4786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75.7%를 차지하는 본업(우유ㆍ분유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게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런 맥락에서 남양유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로 봐야 한다. 남양유업의 판관비 지출은 2024년 상반기 104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19억원으로 11.6% 줄었다.
특히 광고ㆍ선전비를 같은 기간 35.8%(148억원→95억원)나 감축했다. 지난해 상반기 –234억원(이하 누적 기준)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 10억원 흑자를 찍은 배경이다.
남양유업 측은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주력 제품·신제품의 판매 호조로 2분기 매출액은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갈 길이 멀다. 국내 유업계가 지금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미국·유럽산 우유에 부과하는 관세가 철폐된다. 값싼 수입 우유가 쏟아져 들어오면 경쟁력이 약한 브랜드부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숱한 논란에 휘말렸던 남양유업으로선 유리한 국면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자기자금 100%로 남양유업을 인수했다. 사모펀드들이 통상 '차입매수(LBOㆍ피인수기업 담보로 자금 조달)' 방식으로 인수금액을 끌어모으는 것과 달리,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지분 인수에 필요한 3107억원을 직접 조달했다.
이랬던 남양유업이 최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금리 5%대)을 조달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일으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리캡(자본구조재조정ㆍLeveraged Recapitalization)' 전략을 사용하겠다는 거다.
사실이라면 인수금융에 따른 차입금 상환 부담이 남양유업에 전가될 수 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 남양유업 이사진 6명 중 4명이 한앤컴퍼니 소속이어서다. 남양유업이 '사모펀드의 덫'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경제학) 교수는 "남양유업 역시 투자금 회수를 가장 큰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문어발식 기업 인수로 규모만 커질 뿐 전문성을 나타내는 곳은 드물다. 사모펀드의 경영ㆍ투자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마련하고, 일정 부분 규제책을 만들지 않는 한 투자금 회수에 몰두하는 사모펀드의 모럴해저드를 막긴 쉽지 않다."
과연 남양유업의 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여타의 사모펀드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